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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04 18:50:3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응제시(應製詩)는 왕명에 의해 짓는 시를 말한다. 공민왕 10년(1361) 홍건적의 2차 침입으로 개성이 함락당했다. 공민왕은 하는 수 없이 대신을 이끌고 몽진(왕의 피난)에 나서 지금의 안동에 3개월 가량 머무르게 된다. 당시 안동은 복주로 불렸다.

이후 공민왕은 상주, 보은 원남, 회인 등을 거쳐 우리고장 청주에 당도, 약 5개월간 머물게 된다. 청주가 고려의 임시수도 역할을 한 것은 이때가 처음으로, 체류 기간이 길어지자 과거시험까지 보게 된다. 이때 그 유명한 망선루(당시 취경루)가 등장한다.

고려 현종도 거란 침입 때 전라도 나주로 피난갔다가 환궁하는 길에 청주에 잠시 머무른 적이 있으나 이때는 그 기간이 나흘(1011년 2월 13~16일)에 불과하다.

공민왕은 청주에 체류하던 기간 중 무심천변에 세워진 공북루(拱北樓)라는 정자에 올라 이른바 배표(拜表) 의식을 거행하게 됐다. 공북루는 '북쪽(개경)을 섬긴다'는 뜻이고, 배표는 사신으로 보내는 신하를 전송하는 의식을 일컫는다.

공민왕은 즉위 초기에는 배원정책을 철저히 추구했다. 그러나 홍건적 침입으로 국토가 유린당하는 것을 보고는 일시적이나마 배원정책을 철회하게 된다. 바로 이날 청주 공북루에서의 배표의식은 원나라로 떠나는 사신인 강지연(姜之衍)에 대한 환송식이 열리던 자리였다.

공민왕은 이 환송식 후 수행한 대신들에게 서두에 언급한 응제시를 짓도록 명명한다. 그러나 이때의 응제시는 대신들이 창작을 하는 것이 아닌, 이미 공북루에 걸려 있던 권한공(權漢功)의 시에 차운(次韻)해 화답하는 것이었다.

차운은 남이 지은 시의 운자(韻字)를 따서 시를 짓는 것을 말한다. 이날 모두 25편의 응제시가 지어졌다. 그 내용은 청주 무심천의 풍광과 공민왕에 대한 충성심을 노래한 것 등으로 나눠지고 있다.

그러나 조선초기에 쓰여진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청주 공북루 현판에 26편의 응제시가 걸려 있었다'라고 기술했다. 오기인 것처럼 보이나 그렇지는 않다. 이때 정당문학이었던 백문보(白文寶·?∼1374)라는 인물은 홍건적이 어느정도 퇴각하자 수도 개경에 머물고 있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이에 대해 '백문보는 그때 마침 왕명을 받들고 서울에 가고 없었는데, 이 일을 듣고 매우 부러워 목을 내밀고 바라보면서, 신은 성사(盛事)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였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임금의 명을 받들어 지은 시가 완성되어 장차 현판에 새기려 하는데, 서문이 없을 수 없습니다.' 하니, 백문보가 글을 못한다고 사양하다가, 한 번 쓰면 영원히 전할 것으로 여겨 드디어 붓을 들고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기를…'-<신증동국여지승람>

백문보는 이같은 곡절 끝에 개경에서 쓴 응제시를 청주로 보냈고, 또 공북루 응제시의 서문까지 쓰게 됐다. 이처럼 무심천변 공북루는 당시 권력 지형과 문학작품까지를 알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초대형 누각이었다.

공북루는 18세기 청주목사 이유신(李裕身)이 중건하나 다시 망실됐다. 공북루는 망선루와 동시대에 존재했던 쌍둥이 건물로 복원이 시급해 보인다. 직지는 이로부터 16년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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