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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6.06 17:43: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금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일 하나하나가 아주 소중한 것이며 깊이 있게 잘 생각하고 판단 내려야 한다." - 박그림

6월5일 새벽 5시 설악산 정상 대청봉(1708m), 그가 그 곳에 있었다. 여전히 '대청봉 케이블카 반대!!!' 피켓을 들고 있었다. 산양똥을 보석처럼 생각하며 설악산을 지키고 있는 박그림 선생의 처절한 외침이었다.

***자연은 그냥 놔두는 게 좋다

전국 20개 국립공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케이블카 설치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속리산 국립공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더 적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입후보자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케이블카 설치를 공약으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케이블카 설치로 인한 자연훼손의 정도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연간 40만 명이 찾는 대청봉 정상의 훼손 정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100만 명이 넘는 탐방객들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훼손의 정도가 얼마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사람의 감정이나 의지, 사상을 표현하는 도구가 언어다. 언어학적으로 구분하면 'language', 'langue'와 'parole'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표현에는 입으로 말하는 언어적 요소만 있는 게 아니다.

비언어적 요소가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온몸으로 말하라'고 하듯 몸짓이 훨씬 더 전달력이 좋을 때가 있다. 벌거벗은 몸, 알몸 표현이 좋은 예다. 스스로 벗은 알몸은 강력한 의사 표시다. 그 속엔 뜻을 이루기 위한 간절함과 진실함이 들어 있다. 강력한 전달력의 원천이다.

지난 5일 새벽 박그림 선생은 '바디 랭귀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 것도 차디찬 바람을 맞으면서 견뎌내고 있었다. 절기상 초여름이지만 이날 새벽 대청봉의 체감기온은 영하였다. 실제 온도계는 영상 4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처절하게 온 몸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목에 걸린 피켓의 내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대청봉 케이블카 설치를 저지해 설악산 산양을 지켜내자는 의지였다.

그러나 또 궁금해졌다. 동행한 지인의 설명이 있었지만 궁금한 마음을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검색했다. '박그림'을 치자 '산양똥을 보석처럼 생각하는 산 사나이'이란 문구를 제일 먼저 볼 수 있었다. 지인들에게 전한 편지 속에선 절절한 자연 사랑과 산양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의문이 풀렸다.

그는 설악산 산양 지킴이다. 지난 1992년 아예 설악동으로 가족과 함께 옮겨왔다. 그리고 설악산의 아픔을 기록하고 알리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멸종 위기종인 천연 기념물 217호인 산양이 사는 곳과 마리수를 알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풍광이 아름답다고 모두 산은 아니다. 동물이 없는 산은 죽은 산이다." 그가 한 말이다. 백번 생각해도 맞다. 설악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설악에 깊은 경외심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설악에 진 신세가 뭔지를 잘 모른다. 해야 할 일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설악산'에서 일어난 일은 '설악산'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충북 속리산·소백산·월악산에서도 일어나는 우리의 산하가 내는 신음소리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박그림 선생에게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 저절로 이뤄져야 자연이다. 그냥 놔두라는 자연의 외침을 거스르지 말았으면 한다.

***인간은 주인집에 초대손님

박그림 선생이 설악산에 사는 이유는 한가지다. 허물어지는 설악, 망가지고 능욕 당하는 설악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산양똥이나 모으고 산양의 체온이나 느끼는 그에게 보상은 없다. 그러나 보상 없는, 외로운 일이 이제 그의 직업이 됐다.

설악산은 아직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풍광은 좋지만 있어야 할 동물들이 없어서다. 설악산 산양과 희귀동물의 흔적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일 년에 반을 산에서 보내는 까닭도 같다.

산의 주인은 야생동물이다. 그리고 산은 야생동물들의 삶의 터전이다. 인간은 그저 주인집에 초대받은 손님이다. 따라서 더 이상 그들을 위협해선 안 된다. 위협의 대상이 돼서도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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