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명절날을 전후하여 가정에서 가장 즐기는 놀이는 무엇일까. 모 설문조사기관에서 이를 조사해봤더니 유감스럽게도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투호 등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를 제치고 왜색 짙은 고 스톱이 1위에 올랐다. 즉 고 스톱이 어느새 국민오락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막상 일본에서는 고 스톱을 찾아볼 수 없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에선 오래 전부터 널리 유행하고 있고 안타깝게도 토종 민속놀이인 윷놀이 등을 밀어내고 있는 추세다.

우선 고 스톱은 게임의 법칙상 그리 신사적이지 못하다. 대다수 게임은 초반전에 약자는 탈락하고 강자끼리 만나 최후의 승부를 겨루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승자승의 원칙이다. 그런데 유독 고 스톱은 강자와 약자가 끝판까지 가면서 한 쪽은 승승장구하고 또 다른 쪽은 중간에 그만두지도 못하고 주눅이 드는 이상한 게임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 점수를 많이 확보한 강자는 '투 고' '쓰리 고'를 외치며 길길이 뛰는데 비해 점수가 적은 약자는 그저 면피하기에 급급하다. 승자가 패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너무 많다. 쓰리 고에다 피박 씌우고 흔들었으면 패자가 승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몫이 4배, 8배, 16배 등으로 엄청나게 늘어난다.

고 스톱은 약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비신사적인 게임이다. 약자는 중간에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그 사나운 한 판이 끝날 때 까지 엮여 들어가면서 다가올 벌칙에 벌벌 떤다. 게임은 일반적으로 두 사람의 강자가 마지막으로 남아 진검승부를 가리는데 비해 고 스톱은 세 사람이 승부를 가리는 이상한 구조다. 이중에서 한 사람만 승자독식을 하고 두 사람은 게임머니를 지불한다. 패자끼리 서로 잘못했다고 다투는 수도 있다. 그야말로 공동체의 화합을 다지는 게임이 아니라 분열을 조장하는 게임이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뒷맛도 영 개운치 않다.

게다가 게임 용어도 3~4개국어가 뒤범벅이다. '쓰리 고' 등은 한국식 영어이고, '고도리' '가리' 등은 일본어이며, '피박' 등은 한국어이다. '운칠기삼' '밤일낮장' 등은 한자와 한글이 섞인 4자성어다. 그야말로 국적불명의 용어가 난무한다. 아무리 놀이에 그친다 해도 이런 용어는 언어순화 상 해악이다.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규칙도 제각각이다. 빨간 '똥피'를 피 두 장으로 하느냐, 한 장으로 하느냐 시비를 벌이다 주먹다짐 끝에 한 사람이 숨진 사례도 있다.

뿐만 아니다. 고 스톱 판을 벌이다 싸움판으로 번지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몇 년 전, 어느 가정집에서 가족끼리 고 스톱을 치다 싸움 끝에 경찰행을 한 사건도 발생한 적이 있다. 시누이와 올케가, 처남과 매부가 멱살잡이 끝에 경찰서로 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 고'가 맞다는 주장과 '쓰리 고'가 맞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 그만 폭력사태를 부른 것이다. 부자지간에 싸움판이 벌어진 적이 있다.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했다. 아들은 경찰조사에서 "아버지가 자꾸 가리(빌림)를 해서 홧김에 폭행을 했다"고 대답 했다. 이쯤 되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

명절은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고 평소 떨어져 살던 일가친척들이 한데 모여 피붙이임을 확인하며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날이다. 그런 뜻 깊은 날에 하필이면 고 스톱으로 서로 얼굴을 붉혀서야 되겠는가. 고 스톱을 생활주면에서 퇴출하고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인 윷놀이, 투호 등으로 눈을 돌렸으면 한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어온 윷놀이는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 행해지던 대표적 민속놀이로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사회의 풍습이다. 윷판은 별자리나 농토를 지칭하며 던져서 나오는 윷 패는 변화하는 계절을 의미한다.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뜻한다. 윷판은 이처럼 오진법에 의해 진행되는데 요즘은 '뒤 도'(백 도)를 넣어 6진법으로 놀기도 한다. 윷놀이는 가정뿐만이 아니라 마을과 마을 사이의 단체대항전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감정을 부추기는 고 스톱보다 화합을 다지는 윷놀이 쪽으로 놀이문화의 물꼬를 틀었으면 한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는 동네마다 윷놀이 대회가 펼쳐진다. 청주문화원은 올 대보름날(2월, 17일) 석교동 청주문화의 집에서 동 대항 윷놀이 대회를 연다. 건전한 민속놀이를 통해 각 시군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해본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