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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세계 테니스계를 풍미한 스웨덴 출신의 비욘 보리는 이른바 탑 스핀(Top Spin)이란 생소한 타법으로 세계무대를 평정하며 테니스의 황제로 등극했다. 그가 이 타법을 구사할 때 사람들은 "무슨 저런 타법이 있나·"하고 의아해 했다. 탑 스핀은 직선으로 공격하는 플랫(Flat)타법과 달리 공의 회전을 극대화 시키는 타법이다. 이 타법으로 치면 스피드는 떨어지나 라켓을 떠난 공이 상대방 선수의 키를 넘어 코트의 금 밖으로 나갈 것 같으면서도 막판에서는 살짝 금 안으로 떨어진다. 공의 극심한 회전 때문이다. 흔히 테니스 동호인들은 이를 '감아 친다'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이지만 당시에는 이단 취급을 받았다. 남들이 정통타법이 아니라고 빈정댔지만 비욘 보리는 이 타법으로 윔블던 테니스 대회 등 여러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다.

야구에서 홈런 타자들이 즐겨 쓰는 외다리 타법은 일본 프로야구의 왕정치(王貞治) 선수로부터 비롯됐다. 백로가 한쪽 다리를 들고 있듯 타석에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며 임팩트 순간에 발을 바꾸면서 힘을 모아 치는 방식이다. 왕정치 선수는 이 타법으로 홈런왕을 여러 번 차지했다. 오늘날에는 이 타법을 사용하는 홈런 타자들이 꽤 많다. 지금은 은퇴를 했지만 롯데자이언트의 박정태 선수는 타석에서 오른손과 왼손으로 번갈아 방망이를 옮겨 잡으며 임팩트 타이밍을 맞췄다. 그 또한 이 타법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딴 선수에게 이 타법을 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왕년의 김성한(해태 타이거즈)선수에게는 '오리궁둥이'라는 애칭이 붙어 다녔다. 방망이를 비켜 세우고 궁둥이의 흔들림으로 타이밍을 맞췄다. 양준혁(삼성 라이온즈)선수는 이른바 '만세타법'으로 일세를 풍미했다. 88서울 올림픽에서 166cm 단신임에도 불구, 여자수영 3관왕에 오른 자넷 에반스는 자신만의 '풍차 돌리기 영법'으로 금메달을 사냥했다.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 역시 막판 스퍼트에서 발차기 횟수를 늘리는 자신만의 영법을 구사하고 있다. 무슨 운동이든 배울 때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기본기를 익혀야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자기만의 방법을 창조해야 정상에 우뚝 설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추상화의 거장 피카소는 처음부터 추상화만을 그린 것이 아니다. 피카소는 전통적인 회화는 물론 판화 등에도 능했다. 갖가지 유파를 모두 섭렵한 그는 나중에 그만의 추상화를 창조해냈다. 스페인 쁠라도 미술관에는 피카소 불후의 명작 '게르니카'가 하나의 벽면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이 그림은 방탄유리로 덥혀 있다. 나치 독일이 내전중인 스페인의 게르니카를 공격한 참상을 담은 이 그림은 폭격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기하학적인 구도아래 표현한 추상화의 진수다.

바둑의 황제 조훈현과 이창호는 사제지간이다. 스승으로부터 바둑을 배울 때 이창호는 조훈현의 집에서 숙식을 했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에서 라이벌로 바둑계에 군림했으며 결국 이창호는 스승의 벽을 뛰어넘어 한국 바둑계의 일인자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두 사람이 사제지간이면서도 기풍(棋風)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스승인 조훈현은 제비처럼 날쌘 행마와 아픈 곳을 제때에 꼭꼭 짚어간다. 제자인 이창호는 스승과 대조적으로 소걸음이다. '돌부처'라든지 '삼중허리'라는 별명은 이래서 붙었다. 왕년의 바둑스타 린 하이펑(林海峰)이 두터운 기풍으로 '이중허리'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이창호는 한 술 더 떠 '삼중허리'가 되었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이창호는 우둔하리만치 한가한 수를 둔다. 상대방 돌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몇 집 이겼으면 굳이 잡으려 들지 않는다. 이래서 또 신산(神算)이라는 별명이 추가됐다. 여간해서 묘수를 내지도 않고 평범한 수로 세계바둑을 제패하는 것을 보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중국에서는 이창호의 기보(棋譜)를 교과서처럼 여길 정도다. 새해에는 나만의 방법을 창조하여 새 가능성을 향해 도전하는 삶을 구상해보자. 뜬금없는 남가일몽(南柯一夢)이 아니라 단단한 기본기 아래 새로운 나만의 기술과 지혜를 쌓고 개발하는 개척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그게 바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사람들마다 그런 창조정신을 발휘할 때 개개인의 발전은 물론 국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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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