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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농촌마을에서는 집집마다 삼락성(三樂聲)이 흘러나오길 바랐다. 삼락성은 세 가지 즐거운 소리이다. 첫째가 아이 우는 소리이고 둘째가 글 읽는 소리이며 셋째가 베 짜는 소리이다. 선인들은 이 세 가지 소리가 농촌마을에서 끊이지 않아야 마을이 번창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오늘날, 선인들의 이런 기대와 달리 농촌마을에서는 세 가지 기쁜 소리가 모두 사라져버렸다.

아이 우는 소리는 출산기피로 없어졌고, 책 읽는 소리는 젊은 세대의 이농현상으로 사라졌으며, 베 짜는 소리는 화학섬유의 등장과 더불어 섬유산업 및 양잠의 퇴조 속에 자취를 감추었다. 물론 농촌사회에서 삼락성이 사라진 것은 산업구조의 개편에 큰 영향이 있는 것이지만 가치관의 변화나 이농현상이 삼락성의 소멸을 부채질하는 근본원인으로 풀이된다.

농촌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희귀한 현상이 되었다. 고추와 숯이 박힌 금줄 구경을 언제 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출산 기피는 농촌뿐만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 출산율은 1.15명에 그치고 있다. 서울은 0.96명에 이른다. OECD국가 중 최하위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대체출산율이 2.3명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출산율은 그 절반수준이다. 이대로 가다간 100년 후 우리나라의 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인구가 줄면 경제력이 줄고 국력도 줄게 된다.

인구는 부국의 기본조건인데 이를 무시했다. 5.16 쿠데타 후 군사정부는 산아제한을 강력하게 실시했다. 우선 당장 먹고살기가 힘드니까 그랬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계획협회 등지를 드나들며 불임 수술을 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를 내놓더니 나중에는 "둘도 많다"로 가족계획의 수위가 올라갔다. 불과 20~3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졸속 정책이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1955년 대의 베이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했다. 소수의 젊은 세대가 다수의 노인세대를 부양해야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새해에는 출산장려정책을 강력하게 펴 아이의 울음소리가 집집마다 들려나왔으면 한다.

책 읽는 소리가 농촌에서 들려오게 하려면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귀농을 해야 하는데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생활환경이 열악한 농촌으로 돌아갈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더 났다는 말이 나오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농사를 지어봤자 뼈품도 안 나오는 판에 누가 농촌으로 돌아가겠는가.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등 굽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논둑을 걷는 농촌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게다가 불청객인 구제역마저 나돌아 축산농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농촌에서 사라진 아이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도록 특단의 조치를 마련했으면 한다.

베 짜는 소리가 농촌에서 사라진 것은 오래 전이다. "베틀을 노세/ 베틀을 노세/ 옥난간에다 베틀을 노세/ 에헤요 베 짜는 아가씨/ 사랑노래 베틀에 수심만 지누나" 베를 짜며 여인의 한(恨)과 노동의 고단함을 달랬던 '베틀가' 소리도 농촌에서 사라졌다. 명품 베로는 평안도 양덕·맹산의 중세포(中細布), 함경북도 길주·명천의 세북포(細北布), 경북 안동의 안동포, 명주와 베를 번갈아서 조금 두껍게 짠 춘포 등이 유명했는데 지금은 구경조차 하기가 힘들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섬유강국이다. 1960~1970년대의 주요 수출품은 섬유제품이었다.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섬유제품은 수출의 일등공신이었다. 화학섬유의 출현에다 중국산 제품이 범람하면서 우리나라의 섬유산업은 다소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여전히 세계6위의 섬유수출국이다. 앞으로는 전통섬유산업에다 IT, BT, NT등 첨단산업과 융합한 신 섬유 산업 쪽으로 물꼬를 틀 전망이다. 삼락성의 소멸을 안타까워만 하지 말고 되살려내야 하는데 그 비책이 마땅치 않다. 그나마 다문화가정에서 간간이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와 농촌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정부의 파격적인 육아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월 따라 생활 곁에서 사라진 삼락성의 복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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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