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0.12.28 18:00:1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충주댐 수몰당시 나는 탐석(探石)에 미처 있었다. 충주댐 담수가 초읽기에 들어갈 무렵, 나도 여느 탐석광과 마찬가지로 주말이 되면 수석(壽石)산지로 이름 난 남한강변을 뒤지고 다녔다. 어차피 몇 달 있으면 물속에 잠길 자갈밭이므로 탐석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남한강 일대로 몰려 탐석에 열을 올렸다. 극성스러운 탐석꾼들은 콤푸레셔 등 중장비를 동원하여 물속에 잠겨 있는 기석괴석을 떼어내기도 했다. 강변의 자갈밭은 벌집 쑤셔놓은 듯 했다. 사람들은 까만 돌(烏石)만 보면 배낭에 주어 넣었다. 나중에는 딴 곳으로 이사를 간 빈집의 돌담조차 헐며 명석 채집에 나섰다.

나는 수석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했다. 그런 이유로 까만 돌이나 이상한 모양을 가진 돌이면 무조건 배낭에 주어 넣었다. 한 번은 너무 욕심을 부리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수석에 정통한 탐석꾼들은 돌을 주은다음 평가회를 갖고 그중에서 명석 한 두 점만 챙겼다. 이 분야에 대해 선무당이나 다름없는 나는 괜히 좌대 값도 안 나오는 잡석을 주어 진열했다. 한 번은 수석이 너무 무거워 트럭을 불러서 싣고 왔다. 베란다로 옮기기가 쉽지 않아서 1층 화단에 임시로 놓아두었는데 그 사이에 어느 사람이 싣고 갔다.

반짝이는 까만 돌에 아내의 비싼 콜드크림을 먹여가며 애지중지 관리했다. 산수경석이 어떻고 문양석이 어떠며 보기 드문 관통석이라는 둥 나름대로 수집한 수석을 미화시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하루는 돌에 대해 정통한 탐석가가 집에 들렀다가 내가 수집한 수석을 보고 한 마디 했다. "쓸 만한 게 하나도 없어, 모두 잡석이야" 그때부터 나는 수석에 취미를 잃어갔다. 그 잡석을 줍는데 허비한 시간이 아까웠다. 더구나 수석이 취미에 머무르지 않고 기백만 원 씩 거래되는 세태가 싫었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최영 장군은 일렀건만 그 말은 어느새 "돌보기를 황금같이 하라"로 바뀐 것이다.

나는 그동안 모은 수석을 한 두 점만 남기고 거의 버렸다. 인생은 길어야 1백년인데 이 돌들은 억겁을 지켜온 것이 아닌가. 돌은 영원하나 인생은 유한하다. 유한한 인생이 영원한 돌을 관리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돌의 자리는 아무래도 강가가 어울린다. 강가에 놓여 행인의 발길에 밟히고 채일지언정 돌은 그 자리에 있어야 제값을 지닌다. 자연의 일부로서 돌이 존재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생뚱맞게 방안의 진열장 좌대에 서서 무슨 인형마냥 눈요기 감이 되는 것은 돌의 본분이 아니다. 돌밭에서 여울소리도 내고 별빛도 받아 자연에서 반짝이는 자갈밭의 돌이어야 한다.

나는 또 하나의 버릇이 있다. 오래된 책에 대한 집착이다. 아내의 성화가 심하다. 이사 갈 때면 책만 한 트럭이다. "보지도 않는 책 두기만 하면 뭘 하느냐"는 게 아내의 항변이다. 하도 성화가 심하여 안 보는 책 수십 권을 버렸더니 무슨 머피의 법칙인지 그 이튿날 버린 책을 볼 일이 생겼다. 버린 곳을 다시 뒤져봤으나 이미 고물장수가 실어간 뒤였다. 망양지탄(亡羊之歎)이다. 그 후로 마음이 몇 번 불편했는데 안 보는 책, 안 쓰는 물건을 과감히 버리자고 마음 정하니 의외로 홀가분해졌다.

이 세상에 영원한 내 물건이라고는 단 한 점도 없다. 돈도 그렇다. 세상의 모든 물건들은 내가 살아있을 때만 잠시 관리하는 객체에 불과하다. 한시적인 관리 품을 가지고 영원한 소유물일 거라고 사람들은 대개 착각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사람의 생각도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그 비우지 않는 삶은 용량이 채여 다른 생각을 저장할 수 없다.

다사다난했던 경인년 한해가 슬슬 저물어 간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버릴 것들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버릴 것 중의 대표적인 것이 욕심인 것 같다. 의욕은 삶의 샘물이 되지만 욕심은 마음만 더 어지럽힐 뿐이다. 간직할 것은 무엇일까. 마음을 넓고 깊게 하는 말-미안해, 겸손한 인격의 탑을 쌓는 말-고마워, 날마다 새롭고 감미로운 말-사랑해 등이 새해에 간직해야 할 말들일 것이다. 버리지 않는 삶은 괜히 삶의 무게만 가중시킬 뿐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