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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술자리가 잦아지고 있다. 이런 술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이른바 '건배사(乾杯辭)다. 건배(乾杯)는 잔을 말린다는 뜻으로 잔을 비우자라는 청유형 언사다. 중국어로는 '깐뻬이'로 발음한다. 건배는 서양에서 비롯되었다. 유목민들이 이곳저곳을 떠돌며 낯선 사람과 만나 술을 마시려면 술잔에 혹시 독(毒)이 들어있지 안 나를 함께 마시는 건배를 통해 확인했다.

영어로는 가장 흔히 쓰이는 건배사가 원샷(One Shot)이고 기분을 내라는 치어 업(Cheer Up, Ceers), 바닥을 비우라는 바틈 업(Bottoms Up), 토스트 빵 조각을 술잔 바닥에 띄워 술맛을 냈다는 토스트(Toast)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애수(哀愁)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상영된 추억의 명화 '워털루 브리지'에서 남녀 주인공인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 리는 공습을 피해 들어간 퍼브(Pub)에서 이런 건배사를 주고받는다.

독일에서는 프로스트(Prost, Prosit).이라고 한다. 잔을 눈높이까지 들었다가 왼쪽 가슴에 대고서 상대방을 바라보며 술잔을 다시 눈높이로 가져갔다가 마시는 동작이다. 프랑스에서는 '당신의 건강을 위해'라는 뜻으로 '아보뜨르 상떼'(Avotre Sant)를 외친다. 아프리카의 스와힐리어로는 '하쿠니/마타타'라고 하는데 이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라는 뜻으로 영화 '라이언 킹'에 등장한다.

여러 송년 모임에서 건배사가 길면 재미없고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건배사는 되도록 짧아야 하고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위트가 있어야 인기를 끈다. 그전에는 '진달래'(진실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좋다' 등의 건배사가 흥미를 끌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건배사는 진화하고 수많은 변종을 생산해 낸다. 숫제 논문을 쓸 정도로 건배사가 많아졌으며 인기 있는 건배사가 인터넷 공간을 나돈다.

청주 일원에서는 박영수 딩아돌하 이사장이 자칭 타칭 건배사의 일인자다. 그는 끊임없이 건배사를 확대 재생산해 낸다. 시 전문계간지 '딩아돌하'이사장을 맡으며 거기에 걸맞는 건배사를 만들어냈다. 건배 제의자가 '딩아돌하'하고 선창을 하면 모인 사람들이 '얼쑤얼쑤'하고 화답을 하는 형식이다. 선창자가 '건'하고 매기면 참석자들이 손바닥으로 배(복부)를 쓰다듬으며 '배'하고 답하는 형식도 있는데 간단하기는 하나 좀 썰렁하다.

건배사는 모임의 형식과 취향에 맞아야 인기를 끈다. 모임의 성격에 맞지 않는 건배사를 제안하면 오히려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얼마 전까지는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등이 유행했는데 어감이 좀 그렇다. 어떤 건배사는 외설스럽고 민망할 때도 있지만 대다수 건배사는 건전하고 짧은 멘트로 분위기를 돋운다. 최근에는 '마당발'(마주앉은 당신의 발전을 위하여),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고 감사'(고생했소, 감사하오, 사랑하오), '변사또'(변함 없는 사랑으로 또 만나자) 등이 유행하고 있다.

노년층에서는 단연 '구구팔팔 이삼사'(9988 234: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틀만 앓고 사흘째 죽자)가 인기를 끈다. 이 건배사는 노년층 건배사의 고전이다. '재건축'은 '재미나고 건강하게 축복받으며 삽시다'라는 뜻이 있다. 이외에도 건배사는 수두룩하다. '해당화'(해가 갈수록 당당하게 화려하게)', '나가자'(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하여),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오징어'(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주경 야독'(낮에는 약하게 밤에는 독하게 마시자) 등이 있다.

'보나성'은 '보다 낳은 성생활을 위해'라는 뜻으로 다소 외설스럽지만 건강한 에로티시즘으로 해석한다면 그리 흉할 것도 없다. 동창회 모임에서는 '반갑다'하고 선창하면 '친구야'로 화답하는 건배사가 분위기에 어울린다. 최근에는 '오바마' 시리즈가 인기를 끈다. '오빠가 바라다 주면 많이 마실게' '오케이 바라지 말고 마크해' 정도로 해석하는데 어느 사회단체 인사가 '오빠 바라보지만 말고 마음대로 해'했다가 분위기가 썰렁해 졌다. 건배사는 순간 웃어넘기는 것이지만 정도를 넘으면 오히려 분위기를 깬다. 분수에 맞는 음주와 분위기에 맞는 건배사를 택해야 할 것이다. 건배가 있는 송년회 풍경, 그 건전하고 발전적인 건배사가 이뤄지는 새해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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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