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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국립청주박물관에서는 문화사랑모임과 살고싶은청주만들기협의체 주최로 '율봉역터 복원과 역사공원 조성방안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한 청주시의회 임기중 의원은 "홍보부족으로 인해 청주의 율봉역을 무슨 기차역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해 토론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고대와 근대의 역참제도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율봉역이 어디 있는 줄도 모르는 시민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의 역(驛)은 기차역이 아니라 왕명 및 행정문서의 전달, 관수물자 운반, 외적의 침입 등 변방의 급변사태를 알리는 교통·통신수단이었다. 전화, 전보, 인터넷, 휴대폰, 팩시밀리가 없던 시대이므로 고대의 통신은 봉수와 더불어 역참에 의존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참제도는 신라 소지왕 9년(487)부터 실시되었다. 고려시대에는 22개 역도(驛道)에 520개 속역(屬驛)이 존재했고 조선시대에는 41개 역도에 543개의 속역이 조직되어 전국을 거미줄 망으로 엮었다. 충청좌도인 충북에는 연원도(連原道·충주)에 15개 역, 율봉도(栗峯道·청주)에 17개 역, 성환도(成歡道·직산)에 12개 역이 각각 속해 있었다. 율봉도는 장양(진천), 태랑(진천), 쌍수(청주), 저산(청주), 시화(청안), 덕유(문의), 증약(옥천), 가화(옥천), 토파(옥천), 순양(옥천), 화인(옥천), 회동(영동), 신흥(황간), 원암(보은), 함림(보은), 전민(회덕)을 관할하였다.

이처럼 충주의 연원도나 청주의 율봉도가 많은 속역을 거느린 것은 통일신라의 9주5소경에서 보듯 내륙 교통의 요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역과 역은 대개 30리 거리를 두었다. 아무리 좋은 말(馬)이라도 이정도 달리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순차적으로 연결된 역에서 문서를 릴레이식으로 전달했던 것이다. 율봉도 소속 17개 역을 합치면 상등 25필, 중등 66필, 하등 43필 등 모두 134필의 말을 갖추었다. 율봉역에는 종6품의찰방(察訪)이 전체를 통솔하고 역리(驛吏) 240 명, 역노(驛奴) 102명, 역비(驛婢) 30 명 등 수백 명의 역리(驛吏) 역졸(驛卒)이 배치되었다. 쌍수역이나 저산역 등 속역에는 보통 50~60여 명의 역리, 역노가 역참 일을 보았다.

율봉역은 율량동 라마다 호텔 뒤편에 있다. 이곳은 현재 택지공사가 한창이다. 율봉역에 관한 발굴조사는 중앙문화재연구원에서 맡았다. 발굴조사 결과 율봉역 관아건물로 보이는 석렬과 적심석이 드러났다. 연못의 축대도 모습을 나타냈다. 율봉역에 관련된 명문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거대한 석렬로 보아 민가는 아니다. 더구나 현장에는 찰방집이라고 구전돼오던 큰 기와집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1992년 불이나 소실되었다. 이 건물은 모 일간지에 게재된 1장의 사진이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율봉역의 위치에 대해선 해동지도, 대동여지도, 여지도서 등에 기록되어 있다. 현재 발굴조사 된 위치와 일치하고 있다.

현장에는 발굴조사 과정에서 2기(基)의 찰방 공적비(察訪 功績碑)도 수습되었다. 당초에는 찰방 공적비가 10여기나 됐다고 하는데 어디론지 사라지고 2기만 남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율봉역에 관한 조선 초기의 문신 서거정의 시가 전한다. "밭에 보리알이 들고 매화 열매는 여물었는데/ 강남으로 가는 나그네 하염없이 시름 짓네/ 작은 연못 예나 다름없이 연꽃도 말쑥한데/ 그 시절 술 권하던 사람은 보이지 않네"

율봉역 토론회를 지켜보며 왠지 아슬아슬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 또한 방기하다 보면 산성옛길이나 우암산 토성처럼 개발의 논리에 밀려 훼손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충주 연원역이 연수동 택지개발의 삽질에 묻힌 전례도 있다. 율봉역은 고려, 조선시대 청주지역의 중요한 통신수단이었다. 역 터 중 이 정도 남아 있는 곳도 드물다.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을 찍어낸 청주 흥덕사는 정보문화의 발상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의사의 대량전달 또한 너와 나의 소통이라는 의미를 띤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것대산 봉수와 율량동 율봉역과 운천동 흥덕사지는 '소통'이라는 데에 공통점을 지니게 된다. 이를 소통의 3대 꼭지점으로 삼아 청주 역사문화의 콘셉트를 잡아나가며 복원, 정비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청주시에서는 율량역에 대한 아무런 복원계획이 없다. 이를 복원하여 역사 공원화하고 승마 체험장이나 '파발마 타기' 이벤트를 벌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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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