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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10.05 19:12:4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주의 진산(鎭山) 우암산(牛岩山)은 청주 시민의 어머니 같은 산이다. 그 넉넉한 품으로 63만 청주시민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잘난 아들 못난 아들 가리지 않고, 실직자의 한 숨소리조차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는 모정 넘친 산이다. 그러기에 우암산은 대모산(大母山), 모암산(母岩山)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대모산은 큰 어머니요, 모암산은 어머니이니 누군들 그 푸근한 품에 안기고 싶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 대목에서 우암산이 우리를 사랑하는 것 만치 우암산을 사랑하고 있는 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산 곳곳에는 철제구조물이 들어서고 원삼국시대의 우암산 토성은 등산객의 발길로 자꾸 허물어지고 있다. 등산로는 등산에 편리하도록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이 길을 통해 산을 오르는 사람조차도 이 길이 '우암산 토성벽'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동쪽 벽은 그래도 판축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으나 서쪽 성벽 등산로는 등산객의 발길에 알게 모르게 조금씩 상처를 입고 있다.

성벽은 해발 338m 우암산 정수리에서 양쪽으로 갈라지는 계곡을 감싸며 마치 럭비공 모양으로 뻗어있다. 포곡식(包谷式)산성의 형태를 취한 것으로 보아 상당수의 사람들이 무리지어 살며 서원문화를 일구었고 외적을 막았음을 알 수 있다. 성벽은 인근의 당산(堂山)토성과 나성(羅城)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려 태조가 청주에 행차하여 나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나성이 이 나성인지는 분명치 않다. 우암산 토성은 서원경성의 치소(治所: 행정의 중심지)중 한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서원경성의 치소에 대해선 우암산 토성설, 상당산성설, 청주읍성설 등으로 분분하다.

우암산은 불적(佛蹟)의 보고다. 능선마다 골짜기마다 불심이 피어오른다. 조선시대로 접어들며 도심에서 산 속으로 쫓겨 간 절집이지만 천년 불심이야 장소를 허물하겠는가. 용암사, 관음사, 대한불교수도원, 목암사, 백운사, 문수암, 광덕사 등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향불이 피어오른다. 용의 갈기가 선명한 흥천사(興泉寺) 절터 구리종은 그 오묘한 맥놀이에 법음(法音)을 담고 우암산자락을 한 바퀴 돌았으니 우회도로가 생겨나기 이전, 이 산을 감싼 것은 구름과 바람, 그리고 동종소리였다.

서원의 고즈넉한 역사향기를 내뿜고 있는 우암산에 개발의 삽질소리가 들려 돌연 우리를 당황케 한다. 청주시는 상당구 수동 상좌골에서 용담동 가좌골로 통하는 길이 1.2km의 도로를 낸다고 한다. 그 공법은 우암산 토성을 절개하고 터널을 만든 뒤 지붕을 덮는 이른바 개착터널 방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성벽의 상당부분은 잘려나가게 된다. 토성을 절개하지 않고 터널을 뚫는 굴착식은 우암산의 지반이 약하고 경비가 많이 들어 곤란하다는 것이다.

토목공사에 앞서 문화재 지표조사나 시굴, 또는 발굴조사는 의무사항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표조사를 마친 충북문화재연구원 내부에서 조차 '불가'와 '시굴 후 판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다. 우암산 토성은 청주문화의 원형질이다. 우리는 여기서 청주문화의 DNA를 삭제하는 것과 같은 우암산 토성의 절개를 단호히 반대한다. 더 이상 어머니의 품을 무슨 수술을 하듯 마구 할퀴고 잘라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명암지~산성 간에 도로를 낼 때 고대 청주문화가 소멸되는 아픔을 경험했다. 조선시대의 국도인 상봉재~명암지 간의 고즈넉한 오솔길은 이 공사로 인해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터널 굴착으로 수백 년 간 나그네에게 생명수를 공급하던 상봉재 아래의 옹달샘은 수맥이 막혀 물이 나오지 않는다. 문광부에서는 옛 길을 보존하자고 캠페인을 벌이고 전국 각지에서는 올레길이다, 둘레길이다 하여 옛 길 보존과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청주의 문화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청주를 가리켜 말로만 천년고도라고 할 것이 아니라 천녀고도가 남겨준 문화유산을 잘 지키는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개발도 좋지만 조상이 물려준 문화자산은 토목공사 개발 효과를 웃도는 것이다. 개발과 보존이 늘 상치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은 없을까. 당장 눈앞의 편리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해도 돌아가며 우리의 얼을 지켜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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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