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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

흥덕서 김만욱 경사 수년째 비행청소년 후견
"안정된 삶 사는 모습 볼 때 저절로 눈물 흘러"

  • 웹출고시간2009.10.04 18:12:5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 김만욱 경사가 추석을 앞둔 1일 청주청소년쉼터를 찾아 아이들과 상담을 나누고 있다.

ⓒ 하성진
청주의 한 경찰관이 수 년 동안 남몰래 비행청소년들의 후견인 역할을 해주고 있어 화제다.

청주흥덕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 김만욱(43) 경사가 주인공.

김 경사는 지난 2004년 청주청소년쉼터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청주참사랑쉼터는 가정폭력, 학교부적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보살펴주고, 가출·비행청소년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사회복지시설이다.

2004년 초가을. 김 경사는 1년에 2∼3차례 입는 정장을 꺼내 입었다. 가게에 들러 사과 한 상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찾아간 곳은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청소년쉼터. 그는 그렇게 쉼터를 찾았다.

그해 6월 김 경사는 강력범죄 292건을 해결한 공로로 특진의 영예를 안았다. 담당했던 강·절도사건의 피의자 중 청소년들도 상당수였다.

열여섯 살 나이의 청소년 손에 수갑을 채웠고,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아이들을 호되게 야단쳐 눈물콧물 '쏙' 빼게 했던 그는 단지 '형사'였다.

그런 그가 청소년들의 '희망 전도사'를 자처한 것은 강력사건을 수사하면서 청소년들의 범죄노출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범인검거만 형사들의 임무가 아니에요. 범죄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탈선을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2005년 6천원의 밥값을 내지 않아 경찰에 입건된 석훈(16·가명)이가 쉼터를 찾았다는 말을 듣고 김 경사는 부리나케 달려갔다. 까까머리의 석훈이 손을 잡고 청주시내 유명한 한정식집을 찾았다.

"앞으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아저씨한테 전화해. 밥 먹고 돈 내지 않는 것은 범죄야"

고아원을 뛰쳐나와 헤매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달아난 석훈에게 김 경사는 야단이 아닌 '따뜻한 밥'이었다.

석훈처럼 김 경사와 인연을 맺은 청소년들은 5년간 32명. 그는 쉼터에서 지내는 청소년들에게 때론 자상한 아버지, 때론 무서운 큰 형이다.

매월 정기적으로 쉼터를 찾는 그는 아이들과 상담을 나누는데 시간을 보낸다.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알아본 뒤 외로워하는 아이는 따뜻한 말로 보듬어주고, 탈선우려가 있는 아이는 다독거려 마음을 바로잡아준다.

고교 입학을 위해 검정고시 준비를 하는 청소년에게 직접 수험서를 사다주고, 용돈이 없는 아이의 호주머니에 만원짜리 몇 장을 챙겨주는 것도 김 경사의 몫이다.

"인연을 맺은 아이들이 고교를 졸업하고 안정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에요"

김 경사는 인연을 맺은 청소년이 밝게 웃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찡'하면서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고 한다.

그는 "형사에게 있어 강력범 검거만큼 큰 보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그보다 더욱 값진 선물을 내게 준 아이들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 아닌가한다"고 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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