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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9.16 19:54:1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행정윤리에서는 거짓말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흑색 거짓말'은 부패를 저지르거나 감싸려는 거짓말로 박멸 대상이다. '백색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이다. 사실을 있는 대로 공개할 경우 발생하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다. 한 국가의 경제상황이 심각한 침체국면으로 떨어지는 게 분명함에도 "우리 경제는 튼튼하며 단군 이래 최고의 반석에 올라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백색 거짓말은 그 동기에 따라 양해 받을 수 있다. '회색 거짓말'은 거짓이나 부패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일상화 돼 있어서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행하는 거짓말이다. 회색 거짓말은 애교로 봐 줄 수도 있으나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부패가 사회에 만연하는 풍조를 만들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

신종플루 확산에 대한 정부와 관계기관의 대응을 보며 '백색 거짓말'로는 신종플루를 막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신종플루를 효율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현 단계를 어느 수준으로 정의하느냐가 선행돼야 한다.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추후 진행상황을 과학적으로 예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효율적이고도 현실적인 처방책이 나와 줘야 정상이다. 필요 이상으로 민감한 반응도 문제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안이한 태도는 더 큰 재앙을 초래한다.

현실을 보자. 신종플루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충북지역만 해도 16일 0시 현재 신종플루 감염자가 337명이었으니 오늘쯤은 더 증가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1만명을 넘어섰다. 정부와 관계기관이 나름대로 예방과 치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안심할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는 상태다. 당연하다. 정부가 마련했다는 현재의 대책으로는 신종플루가 제 풀에 죽어 소멸 단계로 나가기 전까지는 창궐을 막지 못한다.

정부 대책이라는 것이 고작 신종플루 치료 거점 병·의원과 약국을 지정하고, 예비비를 들여 신종플루 처방제인 타미플루를 수입하겠다는 정도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대책에 예방이 빠져 있다. 거점 병·의원을 찾아 판정을 받고 타미플루를 복용하는 시점은 이미 신종플루에 감염됐거나 유사 증상을 보일 때다. 정부는 예방 대책을 국민들에게 떠 넘겼다. 정부는 환자 발생 이후의 치료에 초점을 맞출테니 국민들이 각자 알아서 신종플루를 예방하라는 얘기다. 물론 친절하게 손 씻기, 마스크 쓰기, 재채기와 기침 조심하기 등의 초보적 행동수칙을 주문했다. 공중이 모인 장소를 가급적 피하고, 비누 보다 손세정제의 효과가 좋고,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정부가 아무리 훌륭한 대책을 세우더라도 국민들이 생활공간에서 위생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손 씻기와 같은 행동요령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국민들에게 안전의식을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의식과 예방수칙 준수가 정비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검증이 필요치 않다. 날로 신종플루 감염자가 증가하고 국내 사망자가 8명에 이르렀지만 국민들의 경각심과 예방수칙 사이에는 거리감이 확연히 존재한다.

신종플루는 이제 사회적 혼란을 염려하는 소극적 대책으로 통제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모든 재난관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은 국민들의 안전의식 고취, 위험요인 억제와 제거, 신속한 대응, 원상복구와 재발방지 등이다. 신종플루의 경우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안전의식이 아직도 부족하다. 이 엄중한 와중에 국제행사를 강행하겠다는 행정기관도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재난은 요행심리 거부-

신종플루가 감기 증상과 유사할 뿐 감기는 아니다. 독감은 백신 접종도 가능하고 인체에 내성도 생기지만 신종플루는 아직까지 백신도 없고 내성도 자라지 못했다. 현재는 오로지 타미플루만이 유일한 치료약인데 확보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변종플루로 발전할 가능성마저 높다. 신종플루 감염환자를 치료하는 거점 병원 의사가 전염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엊그제는 신종플루 환자가 치료를 받은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사망한 사례도 나왔다. 배짱 넘치는 사람들은 국내에서 8번째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관심 밖일 수도 있다.

신종플루는 사회적 재난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더구나 본격적인 가을철로 계절이 바뀌며 신종플루의 대유행이 예고되는데다가 철새들의 이동으로 그 지긋지긋한 AI(조류인플루엔자)가 극성부릴 시기가 겹치는 시기임을 주목해야 한다. 좁은 땅덩어리에 높은 인구밀도도 악조건이다.

신종플루의 위험성은 더 강조돼 마땅하다. 신종플루는 호기(豪氣)를 부려 제압할 상대가 아니다. 각종 재난은 '적당히 하면 괜찮겠지' 하는 요행심리를 가혹하게 거부하는 일관된 특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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