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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9.09 19:21:3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서울대 교수와 총장일 때까지는 그에게 봄날이었을 게다. 학과에 따라서는 서울대를 능가하는 다른 대학이 없지는 않으나 대학을 총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역시 서울대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소속됐던 경제학과도 인기학과이며 정 내정자 또한 학식을 인정받는 경제학자로 정평이 났다.

그런 정 내정자에게 겨울이 엄습했다. 봄날은 어느새 가버리고 혹독한 겨울의 한 가운데에 섰다. 대한민국의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수많은 재조(在朝)·재야(在野) 인사들이 부름받기를 학수고대하는 자리이다. 총리 내정자 꼬리를 떼고 정식 총리가 되려면 국회 청문회라는 '불의 시내'를 건너야 하지만 결정적 하자가 돌출되지 않는 한 총리로 가는 길에 큰 장애요인이 되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겨울이다.

-총리 일성이 반충청권 발언-

정작 그에게 겨울이 찾아 왔음을 실감케 하는 사태는 정 내정자 스스로 자초했다. 바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 불가피' 발언이다. 총리로 내정되자마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행정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했다. 비록 학자적 입장에서 개인 의견을 말했다손 치더라도 발언 내용이 사려 깊지 못했으며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 정 내정자의 발언에 충청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야당이 들고 일어나자 여권이 '세종시법 원안통과'를 공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도 충청권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총리 내정자가 될 수 있던 배경에는 그가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이 작지 않게 작용했다고 본다. 충청도 출신이라는 지역적 요인이 총리 자리에 오르도록 만들었는데 그는 총리 내정 일성으로 충청권을 뒤집어 놓고 말았다. 총리가 된다한들 공식으로 충청권의 대표성을 부여받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상징성 측면에서는 충청권을 바탕으로 득인심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그럼에도 충청권의 '소도(蘇塗)'처럼 인식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해 반충청권적 발언을 한 진정한 속뜻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말이 와전됐다거나 언론이 잘 못 썼다는 해명이었으면 몰라도 '세종시가 학자적 입장에서 경제적이지 못하고 원래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달리 표현을 바꿀 방법도 없게 됐다. 정 내정자 자신은 세종시 원안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가졌지만 이건 순전히 개인 의견이지 총리직과는 무관하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개인과 총리의 구분이 가능한가 여부이다. 일국의 국무총리가 사소할 수 없는 주요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졌지만 집권세력의 요구에 의해 소신을 접고 자신이 비판하던 길을 간다면 이 얼마나 대단한 모순이요 이중성이며 과연 일은 올바로 추진되겠는가.

정 내정자의 발언에 충청권이 더욱 분개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세종시 축소 기도 혐의가 총리 내정자의 입을 통해 입증됐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세종시 추진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데다가 이전기관고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걸핏하면 수도권 자치단체장과 여당 의원들이 세종시 불가론을 펴온 바 있다. 충청권은 불안감을 느꼈고 거기에 불을 붙인 게 총리 내정자다.

정 내정자의 세종시 수정 발언이 충청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자 여당이 세종시법 원안 통과를 말하지만 원안이 도대체 어느 때의 원안을 말하는지도 문제다. 충청권이 믿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원안은 청와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원안이다. 혹시라도 국회행정안전위 소위원회에서 결정한 변질된 안을 원안으로 밀어붙이면 충청권이 수긍할 수 없다. 더구나 교육 과학 중심도시로 육성하느니 뭐니 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정말 곤란하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고향인 충남 공주시에 걸렸던 '총리 축하 현수막'이 철거됐단다. 총리 탄생을 경축하다가 싸늘한 분위기로 바뀐 고향을 원망만 할 수 있겠는가. 정 내정자에게 충청권이 바라는 기대는 세종시를 원안대로 차질 없이 건설해 달라는 것이지 근거도 없이 세종시를 뚝딱 만들어내라는 억지가 아니다.

충청권 출신 총리 내정자가 충청권으로부터 가혹한 비판을 받는 초유의 장면은 총리 재임 기간은 물론 세종시가 원안대로 건설되는 순간까지 지속되게 됐다. 결국 세종시의 원안 추진만이 해법이다. 총리직 가치와 고향의 비판 가치를 비교할 때 후자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건 아시아적 가치에 속한다. 정 내정자에게 닥친 추운 겨울을 학자적 입장에서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충청권이 지켜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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