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09.09.02 18:19:2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주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부부가 부인은 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남편은 신장을 기증했다. 부인이 먼저 장기기증 서약을 하는데 남편이 흔쾌히 동의해 주더니 곧이어 남편도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신장기증 서약을 했다. 부인은 사후에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고 남편은 생전에 신장을 기증하는 것이어서 의학적 조건이 맞는 신장병 환자가 나타나 1년 전 신장이식 수술을 마쳤다.

-봉사활동에서 장기기증까지-

각박한 세상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요즘 부부가 함께 장기를 기증하기로 마음먹고 실천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부부는 장기기증을 하기 전에 '서포터즈'라는 봉사단체에 가입해 활동했다고 한다. '서포터즈'는 장애인 복지시설의 보호를 받는 장애인들을 돌봐주는 단체다. 이들은 수시로 장애인 복지시설을 방문해 함께 놀아주기, 목욕봉사, 청소, 환경정비 등 궂은일을 하고 정기적으로 장애인들을 자신들의 차량에 태워 바닷가나 야외 나들이 행사를 갖는다.

부부는 말한다. 장애인 봉사활동을 다녀 온 날에는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마음이 우울해지고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장애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봉사자들을 한사코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복지시설에서 정성을 다해 잘 해주지만 따뜻한 정에 굶주리고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과 경계심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계기가 부족하다보니 봉사자들을 보내주기 싫어하는 것이다. 이 부부는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다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 장기기증에까지 이르렀다. 남편이 신장을 떼어주고 난 후에도 이 부부는 장애인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주방 종업원을 줄여 남편이 주방 일을 하고, 부인이 홀 서빙을 하며 하루를 보낸 마감시간이면 파김치가 되지만 이들 부부는 다음날 봉사활동 준비에 분주하다. 이 부부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이들의 딸이다. 시집 갈 나이가 된 딸은 부모가 힘든 식당 일을 하면서도 봉사활동과 장기기증에 선뜻 나서는 것을 보면서 봉사의 보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부모보다 더 열성적으로 장애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딸 친구들까지 동행하여 장애인 복지시설에 드나들며 봉사에 몰입하는 모습은 대견스럽다. 딸도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결혼 후 남편의 동의를 받아 기증하는 게 좋겠다는 부부의 설득에 따라 미루고 있는 중이다.

남편이 신장기증 수술을 마치고 6개월 동안은 체력이 달려 식당 일을 하는 도중에도 휴식을 취해야 했고 회복 과정에서 고생도 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히 회복돼 정상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는 단계가 됐다. 남편의 거듭된 사양에도 불구하고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와 환자 가족의 끈질긴 간청 때문에 장기기증운동본부의 주선으로 신장 기증자와 이식받은 환자가 만나는 장면은 극적이었단다. 이식받은 환자와 가족들이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할 때 남편이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환자 가족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남편이 천연덕스레 환자의 신장 부위 쪽을 가리키며 "그거 내 것이니 잘 보관해 달라"고 말하자 환자와 가족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했다.

영화처럼 기가 막힌 일은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의 서른 살 먹은 아들도 아버지가 입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릴레이 신장기증 운동에 동참했는데 아들이 기증한 신장 이식 수술 날짜가 갑자기 아들의 결혼식 바로 다음날로 잡혔고 아버지가 신장을 이식받은 며칠 뒤였다. 아들은 누구에게인가 신장 한 쪽을 떼 주기 위해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신혼여행 대신 수술실을 택한 셈이었고 신장기증 남편, 아버지, 아들이 한 병동에 입원하게 됐다. 봉사와 희생의 전염성이 이토록 강한 것인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봉사와 희생의 강한 전염성-

남편은 신장 이식 수술 사실을 감추려고 애썼으나 우연히 남편을 찾는 전화가 걸려와 통화 도중 병원에 있는 게 드러나 알려지게 됐다. 우리 사회가 신장기증을 끝내 감추는 것이 바람직한지 나는 의문이다. 좋은 의도에서 신장을 기증한 분들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다보니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신장기증을 하면 건강을 해치는 게 아닌가'하는 오해를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신장기증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장을 나눠줘도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신장기증 운동을 활성화 시키고 전국의 수많은 신장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가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막걸리 잔을 자꾸 기울이며 이것 저것 물어보자 남편과 부인이 이내 말끝을 흐린다. 남편은 신장기증, 부인은 장기기증, 딸은 장기기증 예비자인 청주시 수동 목포홍어전문점 가족이 참 행복해 보였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