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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7.29 19:30:4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난 7월27일. 미국 전역에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조기(弔旗) 게양됐다. 이 장면을 담은 사진이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전파됐다. 7월27일은 6.25 한국전쟁 휴전일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미군 장병을 기리기 위해 올해부터 7월27일을 국가 기념일로 정하고 조기를 게양한 것이다. 정작 당사자인 한국에서는 6.25 휴전일을 거의 기억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데 비해 미국이 조기를 게양해 가며 자국 참전 병사들의 넋을 위로한다는 소식에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미국이 강한 국가인 이유의 한 단면을 보는 듯했다.

-국가의 존재와 존엄성 발휘-

미군에는 특이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가 하나 있다. 하와이에 사령부를 둔 부대로 그 부대의 휘장에는 'until they are homes'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미군이 참전한 전쟁에 파병됐던 미군 장병 가운데 전쟁이 끝났는데도 미국으로 귀환하지 못한 미군 포로나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를 찾아 본국으로 송환하여 가족의 품에 돌려주는 부대다. 언제까지냐면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다. 이 부대는 6.25 참전 미군의 유해를 발굴해 본국으로 송환하고 베트남전 참전 미군 장병 유해를 지금도 발굴하고 있다.

이런 전통을 가진 미국이기에 한국전 휴전일에 맞춰 조기를 달며 미군 전사자의 넋을 추모하고 부상자를 위로하는 미국 기념일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우리에게는 참으로 낯설지만 말이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전쟁에 참전하여 포로가 되거나 설령 전사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국가가 나를 찾으러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군대는 강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6.25 전쟁으로 국군포로가 수만명이나 북한에 억류돼 있지만 송환요구는 고사하고 국군포로의 생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아예 국군포로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국군포로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에 많은 국군포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남한 측 자료나 탈북자, 탈북 국군포로 등의 증언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남한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할 뿐이다. 미국처럼 전우의 시체를 적진에 두고 후퇴하는 것을 가장 수치스럽게 여겨 유해라도 찾아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군대와 우리처럼 국군포로의 존재마저 외면하는 국가 중 어느 쪽 군대 장병들의 사기와 전투력이 높겠는가.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월남전에 파병됐던 안학수 하사가 포로가 돼 북한으로 끌려갔고 탈북을 시도하다가 붙잡혀 총살형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월맹군에 포로가 된 안학수 하사를 넘겨받은 북한은 자진월북자라고 선전했고 이 때문에 남한의 가족들은 온갖 감시와 냉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안학수 하사 가족의 끈질긴 노력에 의해 자진월북이 아니라는 점, 탈북시도로 총살됐다는 점, 다른 탈북자의 증언에 의해 국가가 이미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그동안 감춰왔다는 진실이 밝혀졌다. 미국도 이럴까.

때로는 호전적인 미국이지만 한국전 휴전일을 국가 기념일로 정하고 조기를 달면서까지 그 의미를 되새기는 바탕에는 미국 시민의 애국심과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궁극적으로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며 방지하자는 뜻이 깔린 것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참혹한 전쟁을 겪은 우리는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기리고 치유하려는 국가의 의무를 방기한 채 '잊어버린 전쟁'으로 만들어서는 결코 전쟁을 막지도 피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품격 지키는 나라가 강국-

월남전이 종료된 월남 패망일에 맞춰 파월 한국군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태극기를 조기 게양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한국전 휴전일에 성조기를 조기 게양함으로써 한국전 참전 전사자를 추모하고 전사자 가족과 부상자 가족, 그리고 미국 시민들에게 국가의 존재와 그 존엄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저력이 놀랍고 부럽다.

포로 숫자보다 더 많은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며 미군포로를 구출하고, 끝까지 유해를 찾아 발굴해 오고, 참전 60년이 다 돼 가는 휴전일을 잊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가 기념일로 정해 조기를 게양하는 미국. 여기에서 참전 명분이나 전쟁의 정당성은 별개로 한다. 이라크전을 보더라도 미군이 개입한 전쟁이 항상 정의로운 전쟁이었노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잘 먹고 비싼 술 먹는다고 부국(富國)이 아니라 국가가 품격을 지키고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를 한없이 신뢰하게 만드는 나라가 부국이요 강국이라고 믿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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