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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9.16 15:42:00
  • 최종수정2019.09.16 17:30:55
[충북일보] 추석달빛은 아리기만 했다.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눈 맞춤은 오래가지 못했다. 흐뭇했지만 시대의 불화를 치유하지 못했다. 헤어날 수 없는 누추한 현실이 거기 있었다.

*** 추석민심 왜곡 말아야

'조국사태'의 본질은 권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삶의 근본 문제에 대한 의문 제기였다. 상식과 정의, 도덕에 관한 물음이었다. 공정과 신뢰의 관계에 대한 탐구였다.

진보(進步)의 가장 중요한 도덕적 태도는 공감이다. 고통 받는 다른 이의 입장에 서 보는 삶이다. 거기서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마음이다.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자는 외침이다. 스스로 우러난 일종의 염치(廉恥)다.

조국사태엔 공감이 없었다. 공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염치를 모르는 위선이 가득했다. 보편적 정의는커녕 개인적 주장만 있었다. 독재에 맞서 저항했던 정의는 결코 없었다. 그저 진영논리만 있었다. 그토록 싫어했던 기득권의 이율배반이었다.

숨겨진 계급의 드러남은 분노의 촉매제가 됐다. 믿기 싫었던 진보 귀족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감정은 고조됐다. 공감이 사라지자 분노만 커졌다. 서민과 귀족으로 양극화 한 갈등만 생산했다. 한 달이 그렇게 흘렀다.

그리고 추석을 맞았다. 추석민심은 조국사태 후유증으로 분출됐다. 지지의 마음을 후벼 판 배신의 상처가 큰 듯했다. 한동안 참았던 열등의식은 곧바로 트라우마로 모습을 바꿨다. 피해의식의 심연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용출시켰다.

올해 추석민심은 착잡하다. 서민들은 고단하고 눅진한 생활에 불만이 많다. 여기저기서 장탄식을 절로 낸다. 역대 최장의 무역수지 흑자 행진도 끝나고 있다. 경상수지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국 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청년들은 그야말로 아우성이다. 청년 4명 중 1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저잣거리에서는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딴 소리를 한다. 아직도 소득주도 성장과 분배 만능 도그마에 빠져 있다.

정치권은 추석민심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본질을 외면하면 언젠가 화를 입게 마련이다. 여당은 특히 조국사태가 빚은 성난 민심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어떻게든 덮으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태도는 국민 공분만 키울 뿐이다.

무당층이 늘고 있다는 건 아주 큰 변화다. 중도층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시 말해 민심의 이반이다. 한 여론조사에선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 층 비율이 40%대에 육박했다. 국민 10명 중 4명꼴이다. 심각한 경고음이다.

늦지 않았다. 겸허하게 받아들여 고치면 된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굴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초나라가 공업을 이루고 군사를 내지만 어찌 오래갈 수 있겠는가. 잘못을 깨치고 고쳐나간다면 내가 구태여 자꾸 말하겠는가."

누구에게나 배려는 겸손의 마음이다. 사람의 발이 땅을 밟는 지면은 아주 좁고도 좁다. 권력이 밟는 땅 역시 좁디좁다. 밟지 않은 땅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든 권력이든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다. 현 정권이 새겨야 할 가르침이다.

*** 정의 공정 신뢰가 걱정

정치권은 '내 생각과 내 편이 곧 진리'라는 진영 논리부터 버려야 한다. 그게 정치의 편협성과 작별하는 첫 번째 자세다.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비교적 분명한 까닭이 있다. 작은 일에 밝고 큰일에 어두운 정치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치의 가장 큰 자산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는다. 잘못 가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는 주장은 억지일 뿐이다. 국민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다.

정치인들이 짠맛 잃은 소금처럼 침묵해선 안 된다. 세상이 잠든 밤에도 깨어 나라를 걱정해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만 달았다고 다 정치인이 아니다. 국민의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정치적 노력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건 용기다.

바람은 불어오고 가을이 스산하다. 추석민심이 불안한 가을정치를 예고하고 있다. 이래저래 정의·공정·신뢰가 걱정이다. 권력은 짧고 국가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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