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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식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요즈음 '오베라는 남자' 영화가 무척이나 핫(HOT)하다. 평점이 무려 9.03에 달한다. 평점이 9점 넘어가는 영화는 굉장히 오랜만이다. 오베가 누구기에 이렇게 인기가 넘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오베라는 남자'는 재미있고 인기가 있지도 않고, 감성적으로 메마르고, 낭만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다. 이 남자는 까칠한 이웃 남자이다. 특별할 것도 없다. 단지 사회에서 통용되는 원칙·도덕·규칙을 충실하게 따르며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참으로 답답한 그러나, 무척이나 인간다우며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칙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실천은 하지 못했지만 해보았다. 초등학교부터 도덕을 배우고, 살아오면서 법과 규칙들을 배웠다. 나는 실천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다. 가급적 지키려고 했고, 최선을 다했다. 변명처럼 들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것을 다 지킬 수도 없다.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오베는 실천한다. 그래서 소설이고 영화며 그래서 이웃에게 미움을 받는다. 거주자 주차 금지 구역이 있다면, 지키는 것이 당연하지만 위급한 상황 하에서는 잠시 어겨도 좋다. 나와 사회에 큰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방관자로 살아가는 것이 편하다. 주변 사람들이 이를 어긴다고 일일이 지적하며 돌아다니는 건 피곤한 일이다. 이런 사람에게 매일 지적받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나도 그 사람이 옳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못 지킬 뿐이다.

중반부를 넘어가며 오베의 자살 시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구성한다. 결과적으로 오베는 자살에 실패하고, 계속되는 자살 실패의 끝에 삶의 의미를 찾고 이웃을 위해 일하다가 '공수래공수거'로 삶을 조용히 마감한다. 원칙주의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그 주변에 있는 사람 또한 그를 잘 모르는 상태라면 넌더리가 날 것이다. 그래서 오베는 친구가 없다. 실은 친구가 딱 한명 있었는데, 싸우고 이 사람과도 감정이 틀어졌다. 그러다 오베는 사랑하는 사랑해 주는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가 유일한 삶의 빛이었다. 하지만 그 빛은 사고로 사라지고, 다시 캄캄한 어둠속에 갇힌 오베는 내용 전개의 절반가량을 자살 시도에 사용한다. 주변의 방해(·)로 번번이 자살에 실패하고, 새로 이사 온 이웃을 만나, 그 이웃과의 교제 속에서 죽음을 포기하고, 이웃들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

인생은 일, 가족, 건강, 친구 영혼 5개의 공을 가지고 하는 저글링이라는 말이 있다. 5개가 조화를 이루어야 훌륭한 저글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베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심지어 오베는 직업도 없었다. 심장에 병도 있었다. 저 중에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어찌 보면 슬퍼 보일 수도 있다. 원칙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매우 좋은 일이다. 모두가 원칙을 지키며 살면 서로간에 다툴 일도 없다. 이를 위해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교육을 받아온 것이다. 너무 원칙만 강조한다면 오베처럼 모두를 잃을 수 있다. 단 하나 가졌던 가족을 잃는 순간 삶에 절망이 찾아 온 것이다. 모두가 오베처럼 산다면 이 세상에 법은 필요 없을 것이다. 모두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이상적인 세상인데 법이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유연한 사고·창의적인 사고·진취적인 사고를 강조한다. 오베처럼 반대를 말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도 있고, '아는 것이 병이다.'라는 말도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도 있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 보지도 마라.'라는 말처럼 이렇게 상반을 이루는 것들이 예로부터 많이 전해지는데, 생각해 보면 이 중에 틀린 것은 없다. 단지 그 상황에 들어맞는 것일 뿐이다. 오베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베도 맞다. 다른 사람도 맞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느 것 또한 정답이 없다. '너도 옳고, 다른 너도 옳고, 또 다른 너도 옳다'고 황희 정승도 말했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자. 그리고 오베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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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