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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3.03 14:43:14
  • 최종수정2016.03.03 17:49:10

김홍성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

고려대학교에서 변경 시행하기로 한 장학금 지급제도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어느 대학에서나 관행처럼 지켜오던 '성적'을 기준으로 한 장학금 지급 방식을 대폭 수정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의 핵심이다. 이는 올 신학기부터 적용하기로 하고 이미 제도의 골격을 완성하여 공표까지 한 사항으로 대학가에서는 최초나 다름없어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장학제도의 변경은 새로 취임하는 고려대 염재호 총장의 공약사항이라고 한다. 이에 덧붙여 2017년부터는 '성적장학금'이라는 이름의 제도를 아예 폐지한다고 하니 파격적인 시도의 끝이 어디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데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을 나서기 위해선 남다른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어느 순간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 모를 뿐더러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한 분란의 소지 역시 크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고려대에서 시행하는 장학제도의 변경을 놓고도 갑론을박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이 제도의 핵심 취지가 경제적 빈곤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당장 '왜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의 몫을 빼앗아 가는가'라는 반론에 대해 학교 측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늘 양면이 존재한다. 인류는 수백 수천 년 동안 서로 대립되는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거나 또는 절충하면서 삶을 영위해 왔다. 때론 그것이 지나쳐 파멸로 이끄는 전쟁을 치르기도 하고 오랜 세월 평화를 유지하며 문명을 꽃피우기도 하였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현세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선택의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가. 신문을 펼치고 TV를 켜면 매일매일 쏟아지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두 가지 기로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길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타협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침 내가 일하는 충북인재양성재단에서도 2016년 상반기 장학생 선발을 위한 공고를 내고 학생들의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이다. 연간 1천명 정도의 학생들에게 총 규모 15억 원에 이르는 장학금을 지급하는 재단이 전체 사업의 반을 집행하는 상반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런 재단의 장학제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성적장학금이다. 성적 70%, 소득수준 30%를 반영하는 이 장학금 역시 중간에 변천과정이 있었다. 재단 출범 초 학생들의 성적에 100% 기인하던 시스템을 2010년 이후 사회 인식 변화에 맞추어 경제적 빈곤층을 위해 소득수준을 일정부분 반영하면서 현재의 제도로 발전해 왔다.

그런 결정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의견이 개진되었을 것이다. 고려대의 장학제도 변경이 특히나 나의 관심을 끄는 이유이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흐름은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변화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도도히 흐르는 사회변화의 물결이 이미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복지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이것은 변경된 장학제도를 지지하는 고려대 박경신 교수의 지적에서 일말의 단초를 엿볼 수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에서는 100%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으로 운영한다. 복지는 사회정의를 위한 것이다. 뛰어난 사람을 챙겨주는 건 시장이 알아서 할 것이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정신의 한 가운데 사람 중심의 사고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야 할 것이다. 경쟁을 앞세우는 수직적 관계에서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는 수평적 관계로의 전환이 시대적 요구로 부상한 것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작던 크던 그 수혜로부터 성장한 인재들이 보편적 가치 달성을 위한 인본주의적 사고로 무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차 그들의 세상이 왔을 때 이것이냐 저것이냐,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사람을 우선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인류의 번영과 평화에 이바지하는 재목으로 우뚝 선다면 그보다 고마운 일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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