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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2.11 14:07:20
  • 최종수정2016.02.11 14:07:26

김홍성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

십년이 훌쩍 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모 지역신문에 '깜빡이를 켭시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했던 적이 있다. 말 그대로 모든 운전자들이 자동차 운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방향지시등을 제때에, 제대로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한 글이었다. 아는 것처럼 이 간단한 조작 하나가 주는 의미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도로 위를 달리는 무지막지한 자동차들이 그를 통해 조화롭게 이동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아가 이 작은 사회적 약속 하나가 나라 안은 물론 세계 어디를 가나 자연스럽게 통용되면서 교통 흐름을 이어주고 있으니 어찌 놀랍지 않은가.

새삼 말할 것도 없이 신호나 기호는 이제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이들의 쓰임새는 날로 증대되어 어느새 길 잃은 사람을 위한 나침반보다도 더 중요한 길잡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 보라. 외국을 여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말도 통하지 않는 복잡한 공항 등에서 여러분들이 가고자 하는 화장실이나 스낵바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이럴 때 굳이 물어보지 않고도 눈에 익은 그림을 발견하곤 여러분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호나 기호가 주는 메시지의 강력한 힘이다.

뜻글자인 한자의 형성과정에도 이러한 원리가 적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사물의 모양이나 특징을 형상화하여 글자만 보더라도 그것이 뜻하는 바를 짐작케 한 한자체계의 '六書' 중 하나인 '상형(象形)'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역시 서로간의 소통을 위하여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을 취해 기호화한 예가 될 것이다. 한 때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댄 브라운의 소설 여러 작품에서도 이런 내용이 중심이 되어 나오는 걸 우리가 안다. 다소 어렵긴 하지만 난해한 퍼즐을 풀면서 기호가 주는 숨은 의미를 찾아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그의 작품세계는 읽는 이에게 문학적 성취를 뛰어넘는 재미를 안겨준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에서도 이런 신호는 부지기수로 사용되고 있다. 각자가 품고 있는 희노애락의 감정이 그런 신호에 실려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웃는 얼굴과 찡그린 얼굴이다. 이 둘은 아주 강력한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웃는 얼굴이 주는 전염성과 찡그린 얼굴이 주는 전염성, 이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주변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극과 극이다. 그래서 묻고 싶은 말, "여러분은 과연 무엇을 전염시키시겠습니까?"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몰라보게 가중된다는 데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스트레스는 우리가 피해야 할 건강의 가장 큰 적으로서 만병의 근원이기도 하다. 경쟁에 내몰린 오늘날 우리의 환경에서 이를 피해 갈 원천적인 방법은 없을지도 모른다. 개인의 삶이든 남들과의 부대낌이든 하루가 멀다 하고 시빗거리가 봇물처럼 쏟아지니 어찌 이를 피해 갈 수 있을 것인가. 그만큼 일상에서 스트레스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경우가 자동차를 몰고 거리를 나왔을 때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출퇴근을 위해 운전하는 그 짧고 숭고한(·) 시간에도 자잘한 이유들 때문에 무수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듯이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가 타인에게 큰 배려가 된다면 그걸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내가 보내는 웃음이나 신호 하나로 우리 이웃의 출근길, 퇴근길이 즐거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시가 어디 있을까· 막막한 밤바다에서 유일하게 깜빡이는 등대불빛에 기대 안전한 귀항을 재촉하는 쪽배처럼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은 의외로 많다. 거창한 게 아니라 입가에 머금은 당신의 미소 한줌, 방향을 가리키는 깜빡이 하나가 험한 바다에서의 등대일 수 있는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고 벌써 2월의 중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열심히 실천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을 안겨 줍시다. 내가 보내는 사랑의 작은 신호, '깜빡이'를 켬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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