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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8.06 19:32:20
  • 최종수정2015.08.06 19:32:20

조혁연 대기자

[충북일보] '과거시험 답안지에 정답대신 역모의 글을 써내다.' 이 희대의 사건은 나주괘서 사건이 정리된 영조 31년(1755)에 발생했다. 그것도 임금 영조가 친림하여 과거를 보는 가운데 발생, 당시 조정에 엄청난 충격파를 안겨줬다.

"임금이 바야흐로 친림하여 시사(試士)하는데 한 시권(試券)이 처음에는 과부(科賦)를 짓는 것처럼 하다가 그 아래 몇 폭에다가는 파리 머리만한 작은 글씨를 썼는데 모두 난언패설이었다. 고관이 앞으로 나와 그 글을 진달하니, 임금이 열어 보기를 명하였는데…."-<영조실록 31년 5월 2일자>

인용문의 시권은 과거시험 답안지를 의미하고 있다. 이날 과거에서는 시권 뿐만 아니라 역모의 내용을 적은 상변서(上變書)도 함께 발견됐고, 이 내용을 본 영조는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또 위소(衛所)의 하리(下吏)가 시권을 축(軸)으로 만들 때 과제(科題)를 쓰지 않은 한 종이를 보았는데 첫 행에 '상변서(上變書)'라 쓰여 있었으나 그의 이름은 없었다.(…) 임금이 다 보지 못하고 상을 치면서 눈물을 흘리며…."-<〃>

회한과 분노의 감정이 뒤범벅이 된 영조는 "종이 가득히 장황하게 쓴 것이 음참(陰慘)하기가 헤아릴 수 없어 비단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음이 땅에 떨어지는 듯하다"며 범인을 조속히 검거할 것을 채근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답안지 모습

범인 심정연(沈鼎衍·?-1755)은 의외로 빨리 검거됐고, 당시 29세였다. 그가 왜 영조를 비난하는 시권을 제출했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심정연의 아버지는 심수관(沈受觀), 조부는 승지를 지낸 심중량(沈仲良)이다. 그리고 무신란에 연루돼 처형된 성연(成衍)과 익연(益衍)이 그의 형들이 된다. 당시 두 살배기였던 심정연은 자라면서 아버지와 형제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이때부터 증오와 복수의 마음을 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과거 시험장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역모의 글을 써뒀다고 진술했다.

"이는 바로 신의 일생 동안의 마음이기 때문에 과장(科場)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써 두었습니다."-<영조실록 31년 5월 2일자>

심정연은 범인으로 지목된지 이틀만에 전격적으로 처형됐다. 이는 그가 당당하게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했기 때문에 더이상의 조사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익명서는 과연 신이 만들었고, 그 가운데 몇 사람은 바로 신의 원수입니다. 신은 심성연과 심익연의 아우로 나라를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훈척(勳戚)인 사람과 임금의 권우(眷遇)를 받는 사람은 모두 미워하여 먼저 제거하고자 하여 이처럼 음참하고 망측한 계책을 낸 것입니다."-<영조실록 31년 5월 4일자>

영조는 심정연의 이같은 당당함에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때에 임금의 노여움이 심하여 날이 저물었는데도 아직 어손(御飡)을 올리지 못하였다. 선인문(宣仁門) 밖으로 나아가 동궁에게 시좌(侍坐)하도록 명하였다가 심정연을 정형한 후에야 비로소 환어(還御)하였다."-<〃>

심정연의 처를 흑산도의 비(婢)로 삼으면서 이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으나 이번에는 충주의 인물 유수원(柳壽垣·1694~1755)에 의해 여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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