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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1.27 16:15:22
  • 최종수정2014.11.27 16:15:22

조혁연 대기자

몇해전 청주 상당공원에 위치하고 있는 충북 도민헌장탑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난 적이 있다. 관리가 어렵고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상당공원 도민헌장탑은 '시멘트+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적어도 3년에 한 번씩 흰색 페인트칠을 해야 한다. 탑을 설계·시공한 청주출신 김경화(전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조각가는 이에 대해 "도민헌장탑을 만들 당시인 1970년대에는 국내 조각가들 사이에 석재를 다루는 기술력이 현재처럼 발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탑에 새겨진 글과 조각 형상에서 비롯되고 있다. 도민헌장탑의 글은 탑 전면과 뒷 공간의 부속 조각 등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탑 전면에 새겨진 글 내용은 전회에 밝힌 바 있다. 탑 부속 조각의 글은 전면의 슬로건을 풀어쓴 것으로, 주장은 비슷하다.

'이러한 전통은 가즈런히 오늘에 전승되어 우리 품성의 바탕이 되고 행실의 기조가 되어 교육과 문화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거니와 온후 순박한 인심 속에서 소극적이고 피동적이며 보수에 흐르기 쉬운 도민기질을 하면 된다는 신념아래 부지런히 일하고 협동단결하여 남보다 앞서가려는 적극적인 기질로 일신시켜 가고 있다.'

인용한 내용 중 '가즈런히'는 청주지역 사투리로 '가지런히'라고 표기해야 옳고, '남보다 앞서려는' 표현도 지금의 시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어지는 문장에는 다소 의외의 내용이 등장한다. 1970년대는 성장 일변도의 시대로 '복지'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충북 건설'을 주창했다.

'이제 오늘에 사는 우리 도민은 훌륭한 조상들의 빛나는 발자취를 되새기며 슬기로운 예지와 높은 긍지로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새도민상을 정립하여 영광된 내일을 향한 복지충북 건설을 위하여 다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도민의 정성을 모아 이 탑을 세운다. 1979년 4월 22일.'

이 명문의 좌우에는 부조(浮彫·돋을새김) 기법의 조각상이 새겨져 있다. 좌측에는 망치를 어깨에 맨 남성과 배의 키(핸들)을 잡은 듯한 여성 등 4인의 군상이 돋을새김돼 있다. 이 같은 종류의 조각상은 구 소비에트 연방(소련) 시대에 많이 보던 것들이다.

충북도민헌장탑의 우측 부조 조각상 모습.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같은 분위기의 조각상이 충북도민헌장탑에 돋을새김돼 있고, 그것은 건설, 공업화, 전진 등을 형상화했다. 우측에는 사각형을 든 남성을 중심으로, 횃불을 든 남성, 나팔을 부는 천사,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나뭇잎을 쥔 여성 등 역시 4인의 군상이 등장하고 있다.

사각형을 든 남자. 이 부분은 도저히 해석이 안 돼 김작가에게 문의했더니 "설계도면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보니 70년대는 '설계도면의 시대'이기도 했다.

집을 짓기 위해,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 도로를 가설하기 위한 설계도면을 생활 공간 가까운 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상당공원 도민헌장탑에는 시대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고, 그 자체가 역사이다. 지금 도민헌장탑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다시 새로운 탑을 세우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같은 논리라면 그 탑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지금의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라는 소리를 똑같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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