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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0.09 16:50:41
  • 최종수정2014.10.09 16:50:41

조혁연 대기자

조선 후기에 보이는 대상을 사실대로 묘사하는 진경산수화가 유행했다. 그 이전까지는 중국화풍의 관념산수화가 유행했으나, 이는 미술 사대주의의 다름이 아니었다.

'진경주의' 정신은 미술만이 아닌 문장에서도 시도됐고, 담헌 이하곤도 이를 의식적으로 추구했다. 따라서 "담헌은 문장을 윤택하게 하거나 조탁하는 것은 올바른 문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문학 평론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물빛은 산 그림자 거꾸로 모사해 내고(湖光倒寫峰頭月) / 물에 비친 하늘 산그림자 다시 비추어내네(山影橫侵水底天) / 위아래로 점하나 공명 가린 것 없으니(上下空明無點·) / 바로 내 몸이 옥호에 있는 신선이 아닐까.(直疑身世玉壺仙).'-<두타초 책4>

담헌은 달빛, 나무그림자, 일렁이는 밤물결 등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지극히 쉬우면서 조탁없는 시어로 묘사했다. 담헌은 1972년 10월 장인 송상기를 뵙고 완위각이 있는 진천으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남원 광한루를 찾았다.

전통시대 겨울 여행은 조금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담헌은 특유의 산수애호 사상과 역마살(驛馬煞)적인 성격을 앞세워 그해 12월 한겨울에 광한루를 찾았있다. 여기에도 달과 함께 조탁없는 쉬운 시어들이 등장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박해 보이지 않고 눈에 거슬리는 것도 없다.

'이백은 살아있지 않고 자첨도 죽었으니 / 달 또한 오백년 동안 지기가 없었네. / 다시 두타산 광객 내가 나왔으니 / 그 풍류 두 사람에게 뒤지지 않네. / 평생토록 유람 좋아하여 / 오늘 밤 홀로 광한루에 올랐네. /누대에서 술잔 잡고 밝은 달에게 물으니 / 이백과 자첨 죽은 뒤로 세상에 참으로 풍류객 없다하네.'-<두타초 책 10>

인용문의 '자첨'은 소동파를 일컫고 있다. 뒷부분에는 '달도 나를 지기로 여기고 / 나도 달을 좋은 짝으로 여기기 / 달이 무슨 근심 있겠으며 / 나도 무슨 수심 있으랴.'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그러나 담헌의 시짓기는 사실상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담헌은 김홍석이라는 인물이 스승 김창협을 헐뜯는 상소를 올리자 이에 대한 변무소를 올렸다가 되레 탄핵을 받았다. 변무(辨誣)는 사리를 따져서 옳고 그름을 가리고 억울함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그러자 당시 경종실록 사관은 담헌을 탄핵한 것은 해괴한 것이라고 그를 두둔했다.

어은은 1872년 진천군 군현지도에도 등장한다.

'일찍이 김창협을 사사하였기 때문에 그 소(疏)에 참여하였던 것이며, 처의하는 데는 실수함이 없었다. 당시 상황에 개탄하며 과거와 벼슬을 버리고 중신과 재상들을 풍유(諷諭)하는 데 이르렀는데, 조지빈은 그 기세를 타서 경솔하게 탄핵하니, 공의(公議)가 해괴하게 여겼다.'-<경종실록 3년 5월 25일자>

담헌은 이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이듬해(1724년) 병사했다. 그의 나이 겨우 48살로, 생전에 그토록 꿤꿨던 '영원한 은둔'에 들었다.

'대은(大隱)은 조시(朝市)에 숨고 / 소은(小隱)은 어초(漁樵)에 숨는다네. / 대은 소은 따질 필요없이 / 단지 묻노니 숨는 것이 어떠한가.'-<두타 25영>

이시의 공간적인 배경은 생전에 담헌이 자주 찾았던 진천군 문백면 봉죽리 어은(漁隱)이라고 곳이다. '대은(大隱)과 소은(小隱)은 그런 의미에서 비유적으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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