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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회남초등학교 교장·아동문학가

껌은 빳빳하지요./ 그러나 입 속에 넣으면/ 사르르 녹지요./ 아무리 나쁜 사람도/ 껌과 같지요.// 모두가 나쁜 사람이라고/ 팽개쳐 버려도/ 누군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싸주면/ 껌과 같이 사르르 녹겠지요./ 딱딱한 마음이/ 껌과 같이 되겠지요.

아주 오래 전, 부산에 있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쓴 글을 이오덕 선생님이 아이들의 글을 모아 엮은 글 모음집 『나도 쓸모 있을 걸』에 실어 놓은 시이다.

6학년 학생이 참 기막힌 생각을 했다. 껌은 그저 단순한 심심풀이로 씹다가 단물이 빠지면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 아이는 아주 다른 방향에서 껌을 보고 있다. 그만큼 아이의 마음이 곱고 순수하며 생각이 깊은 것이다.

이 시를 읽고 박웅현은 그의 책 '책은 도끼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은 물입니다. 조용한 데 이르면 조용히 흐르고, 돌을 만나면 피해가고, 폭포를 만나면 떨어지고, 규정된 성격이 없습니다'

사람도 조용한 사람을 만나면 조용히 응대하게 되고 모질게 구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기도 모르게 세어져서 부딪히게 되는 것이라 말하며 아이가 이런 가르침을 준다고 쓰고 있다.

아이와 어른의 마음이 같음을 알 수 있다. 서로 어울려 사는 사람이 주변의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학년 아이는 껌에 비유를 했고, 멋진 광고를 만드는 박웅현은 물에 비유했음이 다를 뿐이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6학년 아이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시를 읽을수록 감탄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가르치는 대로 쏙쏙 스펀지처럼 받아들인다.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고 '요즘 아이들이란'하며 색깔을 덧씌우려 하고 있다. 남의 아이는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내 아이는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서 내 탓보다는 남의 탓에 열중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도 껌 같은 아이들이다. 단단하고 질긴 껍질을 싸고 있는 아이들이 아니다. 입 속의 따뜻한 기운으로 살살 녹여주면 달고 부드러운 껌이 되듯이 사랑으로 감싸주면 부드러운 성격의 아이로 자라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아주 어려서부터 부드럽게 감싸 키우지 못한 아이들을 갑자기 바꾸려다 안 바뀐다고 조급해하거나 아이들을 닦달해서는 안 될 일이다.

더구나 매스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문화적인 풍요를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너무 크다. 앞 다투어 보여주는 패륜적인 사건들, 자기 이익을 위해 열 올리는 이기적인 집단 행동주의 모습들, 서로 말이 안 통한다고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들, 눈을 맑게 하는 모습보다는 눈을 감고 싶게 만드는 모습들이 아이들 앞에 펼쳐진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좋은 이야기를 골라 들려주고, 좋은 책을 읽도록 도와주고, 예쁘고 좋은 것만 보게 하여 우리 아이들 마음을 달콤하고 노글노글한 껌처럼 녹여 주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기사제공:노컷뉴스(http://www.cbs.co.kr/no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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