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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8.21 13:57:53
  • 최종수정2014.08.21 13:57:53

조혁연대기자

조선시대 충북지역 대부분의 지역에는 고을을 대표하는 누정(樓亭)이 존재했다. 청주에는 망선루, 충주 경영루, 단양 이요루, 황간 가학루, 청풍 한벽루, 음성 의송정, 옥천 적등루, 진천 연정(蓮亭), 보은 삼산루, 청산 백운정, 문의 사산루, 괴산 존빈루 등이 유명했다.

이들 누정에는 한시도 함께 남겨져 있는 경우가 많아 인문학적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괴산 존빈루(尊賓樓)에는 조선전기 서거정과 쌍벽을 이뤘던, 우리고장 충주출신의 이승소(李承召·1422 -1484)의 시가 전해지고 있다.

제목은 '괴산의 존빈루에서 판상의 시에 차운하다'(槐山尊賓樓次板上韻)이다. 차운(次韻)은 타인의 시에 화답하면서 운자(韻字)를 그 차례대로 두며 시를 짓는 것을 말한다.

'장정에다 단정까지 모두 거쳐 지나오니(過盡長亭與短亭) / 푸른 산속 깊은 곳에 외로운 성 하나 있네(翠微深處有孤城) / 높은 누각 뾰족하여 하늘 바람 내려오고(高樓矗矗天風下) / 가는 비는 자욱하여 작은 시내 생겨나네(細雨··澗水生).-<삼탄집 제 4권>

철언절구인 이 한시는 비교적 길어 뒷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이어진다.

'한들대는 버들가지 묘한 춤춰 보여주고(柳拂腰肢呈巧舞) / 눈썹 같이 비낀 산은 한가한 정 자아내네(山橫眉黛起閑情) / 질탕하게 노는 나를 종인들이 비웃거니(使華跌宕從人笑) / 사롱으로 내 이름을 보호하게 하지 마소(莫遣紗籠護我名)-<〃>

역사용어와 고사가 일부 인용돼 조금은 난해한 시다. 조선시대에는 길가에 장승이나 초막을 세워 거리를 표시하는 한편 과객들이 쉴 수 있도록 했다. 이때 10리마다 세워진 초막은 '장정'(長亭), 5리마다 세워진 것은 '단정'(短亭)이라고 불렀다.

맨 마지막 연 '사롱으로 내 이름을 보호하게 하지 마소'는 당나라 때 사람인 왕파(王播)와 관련된 고사다. 왕파가 일찍이 빈천하여 절에 가서 기식(寄食)하고 있었는데, 중들이 이를 미워하여 밥을 먹고 난 후 식사 종을 울리어 왕파로 하여금 밥을 먹을 수 없게 하였다. 이에 왕파가 그 뜻으로 시를 지어 절에 남겨두었다. 그 뒤에 왕파가 고관에 올라 그 지역을 다스리게 되어 그곳을 다시 찾으니, 그가 지은 시가 모두 비단에 싸여 있었다.

사롱(紗籠)은 현판에 먼지가 앉지 못하도록 덮어 씌우는 보자기를 말한다. 이승소는 존빈루를 공간적 배경으로 한 이 시에서 '작품을 후세에 전하지 말라'고 말했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존하고 있다. 고고학자들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이 대목은 '기록된 것만이 역사이고, 기록되지 않은 것은 역사가 아니다'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괴산 존빈루는 막연하지만 이른 시기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중수한 인물은 괴산군수 안요경(安堯卿)이고, 편액을 고친 사람은 충청도관찰사 이숙함(李叔王+咸)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내용으로 '尊賓樓', '李承召詩' 등의 표현이 보인다.

'존빈루, 객관(客館) 북쪽에 있다. 군수 안요경이 중수하고, 관찰사 이숙함이 누(樓)의 편액(扁額)을 고쳐 읍취라 하였다.'-<신증동국여지승람>

인용문 중 '읍취'의 '읍'(손수변+邑)은 '끌어들이다', '취'(翠)는 '푸르름'의 뜻을 지니고 있다. '푸르름을 끌어들이다.' 존빈루는 괴산 읍치의 어느 곳에 위치하면서 여름의 색인 푸르름을 끌어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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