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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호

광혜원성결교회 담임목사

오늘은 아침부터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이따금씩 들리는 천둥소리와 번개빛깔이 요란하게 박자를 맞춘다.

아내는 아이들의 등교준비를 도와주고 있다. 준비를 마친 아이들이 학교에 가려고 현관문 앞에 대기하고 있다.

끝없이 내리는 세찬 비가 무서웠던지 쉽사리 문밖 계단을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나도 걱정이 앞섰다. 혹시 우산을 쓰고 가다가 날라 가지는 않을까. 지나가는 자동차에 의해 고인 물이 튕겨 옷이 젖지는 않을까.

나는 아이들을 데려다줘야겠다는 맘이 들었다.

저렇게 비가 많이 오고 천둥 번개까지 치는데 아빠인 내가 이쯤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오랫동안 아내와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학교까지는 매우 가까운 거리이지만 나의 할 일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

차를 타는 동안에도 비는 그칠 줄 몰랐다. 차에 오르자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마냥 신나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작은 뿌듯함과 기쁨을 발견했다.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쳐다보니 금방이라도 등굣길의 모든 아이들을 삼켜 버릴 듯한 시커먼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 데려다 주길 참 잘했구나.' 이제부터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아빠의 헌신과 사랑이 잠재해 있을 것이다. 아니, 혹시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라도 포근한 출발을 했다.

아이들을 향한 멋진 행동에 대해 내 자신 스스로 칭찬해본다.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건 잠시라고 하는 시간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춰 보면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도 한다.

잠시 머물러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어본다.

잠시 먼 하늘을 바라보며 은은한 매력에 빠져 본다.

같은 빗줄기, 같은 하늘이지만 어제와 다른 신비로움의 빗소리, 전혀 다른 깊이의 그윽한 향기로 갈아입은 하늘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아침에 떨어져 시들어 버린 꽃잎을 저녁 즈음에 주어보곤 한다. 그 떨어진 꽃잎에서 퍼지는 향기와 또 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다.

태양을 바라보며 변함없이 한 자리에 멈춰 서있는 해바라기처럼 잠시 그것을 느껴본다.

내리는 빗소리가 우렁차지만 주위는 고요하다. 빗소리만이 고요한 적막을 깰 뿐이다.

우산을 들고 잠시 밖으로 나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감상한다. 그리고 냄새를 맡아본다. 빗물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비릿한 냄새가 코로 들어와 손으로 코를 문지르게 만들었다.

우산속에 혼자 있던 나는 어느새 빗줄기와 오래 사귄 벗이 되어 서로 속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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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