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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택

시인·충북문인협회장

젊은이들이 화제다. 요즈음 한국사회는 전대미문의 행동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그 중심에는 20·30대의 젊은이들이 있다. 시저의 표현을 시늉해 "나갔노라, 외쳤노라, 이겼노라"를 도처에서 때마다 과시한 젊은이들에게 세인의 시선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디어는 앞 다투어 젊은이들을 특별기획으로 다루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세대교체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한(恨) 맺히고 주눅 든 수난의 앞 세대는 물러가고 밝고 개성이 통탕 튀는 '새끈한' 신세대가 한국사회에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참에 한국젊은이들의 실상을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자. 지난여름 20·30대를 주제로 다룬 방송에서 참석자들은 젊은 세대가 가져온 변화의 의미에 대해 '합리적 사고'의 증대를 첫손으로 꼽았다. 그러나 연출한 광경에서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는 있어도 합리적 사고의 알고리즘을 찾기에는 힘들었다. 생각과 감정을 거리낌 없이 밝힌다고 해서, 그게 논리적 사고가 뒷받침되어 있는 게 아닌 이상,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젊은이들의 순수성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70년대의 유신 정권에 대한 항의와 80년대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을 이끈 것도 순정성의 힘이었다. 순수함이란 청춘기에는 누구나 가지는 유토피아를 향한 시원적 열망이다.

물론 옛날의 젊은이들과 다른 점이 분명 있다. 그것은 자기에 대한 확신이며 그것의 자유로운 자랑이다. 이것만큼은 유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 확신과 자유는 바깥의 환경이 부여해준 것이다. 그 환경은 크게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조성된 것이다. 우선, 지금의 젊은이들은 자기주장을 펴면서 신체적 훼손에 대한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옛날처럼 감옥 갈 각오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다음은 물질적 향유와 그에 따른 지적·문화적 세례이다. 예전에는 세상을 향해 황의를 하는 젊은이들이 소수의 선택받은 대학생에서 나왔다면, 오늘날 대학은 의무교육 비슷하게 범람하다. 그로 인해 누구나 가슴에 삼라만상의 원리를 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정보화 사회가 가능케 한 새로운 유형은 직접 민주주의의 공간이다. 이는 로마 시대의 직접 민주주의와 같으나 익명으로 전개된다는 점이 다르다. 익명의 민주 공간은 건기의 겨울산과도 같다. 불씨 하나만 날면 산 전체가 불바다가 된다.

이런 환경을 닦고 가꾼 것은 젊은 세대가 아니라 기성세대이다. 한국 현대사의 반세기 동안에 한국의 성인들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피땀 흘려 가며 만들어 놓은 세계이다. 그 점에서 지금의 젊은 세대는 문자 그대로 기성세대의 자식들이다.

변절과 타락의 세대라고 놀림 받고 있는 그 낡은 세대가 만들어 놓은 환경을 새 세대가 시방 한껏 누리고 있다. 곰과 중국인이 달랐을 뿐이다. 그렇다면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위세에 기죽을 까닭이 없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신인류가 아니라, 한국의 진화(進化) 나무에 추가된 하나의 가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진화 나무를 이해하고 있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보이고 있는 약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기성세대는 더 당당해져야 된다.

현재에 대한 충일한 감각을 장기적 미래전망의 지평 속에 위치시키는 것. 그것이 기성세대가 아래 세대에 가르쳐 줄 수 있는 지혜의 몸체일 것이다. 다만 그 역할을 하려면 스스로 실천해 온 현대사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요구된다. 체통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편법과 부정을 저지르길 그만 두고 당당히 삶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악착같이 사느라 더럽힐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인생을 자식에 대한 편애로 벌충하려는 행태도 끝내야 한다. 요컨대 몰래 상속하고 군대 빼주고 다 키워 놓고도 손자마저 키우고 돈 대주는 짓은 그만 둬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고난으로 이룩한 기성세대의 자존을 위하여 당당해 져야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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