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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시작하자마자 행복한 편지 두 통이 날아들었다. 충북일보 '나눔의 행복 시즌2-행복의 날개'에 보도된 당사자들의 편지였다. 후원자들에 대한 감사의 글로 희망을 전했다.

작은 도움이 때로는 뜻하지 않은 위력을 발휘한다. 없는 가운데 떼어주는 반쪽짜리 인심은 더욱 정겹다. 넉넉하게 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이 함께 들어 있는 까닭이다. 세상이 아직 살만한 이유도 이런 반쪽 콩에서 찾을 수 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찾자

2012년 1월16일자 충북일보 3면에 보도된 이선영(16)양은 희귀병을 앓고 있다. 몸속에 쌓인 구리가 뇌와 신장, 각막 등에 이상을 미치는 '윌슨병(Wilson's disease)'이다. 희망을 갖기 힘든 상황이었다.

2012년 2월13일자 3면엔 '주성이 할머니 이야기'가 실렸다. 지난 1월26일. 음성군 읍내리 한 낡은 집에 불이 났다. 폐암을 앓았던 61세의 할머니는 온 힘을 다해 손자 주성이(2)와 집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타버렸다. 꿈과 희망이란 단어조차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두 사연 모두 아주 절망적이었다. 그런데 보도 후 기적이 일어났다. 선영이는 지금 희망차게 살아가고 있다. 주성이 할머니는 주성이를 훌륭하게 키워 보답하겠다고 한다. 깜깜한 현실을 밝혀준 등불 덕이다.

작은 정성으로 모아진 후원금이 등불 역할을 했다. 철부지급(轍·之急) 상황의 구세주였다. 철부지급은 장자의 '외물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매우 위급한 상황을 말한다. 철부란 수레바퀴로 패인 곳에 고인 물속의 붕어를 뜻한다. 사람이 다급하고 곤궁한 처지에 이른 경우를 두고 이런 말을 쓴다.

우리는 흔히 돈이 없어 중요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물론 이를 알고 수 천 만원씩 기부를 하는 사람도 있다. 몇 천원을 내는 초등학생 역시 있다. 콩 반쪽을 나누는 나눔의 행복 실천자들이다.

선영이도 반쪽 콩과 같은 정성의 후원금으로 정기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후원금은 병원비로 다 썼다. 그러나 지금은 병과 맞설 희망을 갖게 됐다. 주성이 할머니는 후원금으로 월세 방을 구했다. 후원자들의 작은 도움이 선영이와 주성이네 식구를 살린 셈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가. 별로 남을 도와 준 일이 없다. 흔한 불우이웃 돕기도 잘 하지 못했다. 자선 단체에 기금도 잘 내지 못했다. 돈도 돈이지만 도움을 어렵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콩 한 쪽을 나눠 먹는 게 도움인 줄 몰랐다.

어느 한 덩어리 뚝 떼어주는 것도 나눔이다. 반쪽 밖에 없으면 반의 반쪽으로 나누는 것도 나눔의 행복 실천이다. 어떤 의미에선 더 진정성을 갖는다. 장자가 도움을 청하러 간 관리에게 화를 낸 이유와도 같다.

장자 이야기를 더 해 보자. 장자는 집에 식량이 떨어지자 지방장관격인 감하후(監河侯)에게 곡식을 빌려 달라고 했다. 그런데 감하후는 "장차 내 봉읍(封邑)이 나오면 그것을 받아서 삼백금쯤 빌려 주겠다"고 대답했다. 당장의 끼니가 급했던 장자는 화를 내고 돌아 왔다.

장자의 '외물편'에 보면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 있는 붕어의 급함"이란 의미로 철부지급이라는 고사성어가 전해진다. 위급한 경우나 몹시 고단하고 옹색함을 비유할 때 자주 인용된다.

장자가 화를 낸 이유는 당장 급한 것을 해결하지 못해서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멀리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관리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궁극적으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책을 찾는 게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나눔은 작은 씨앗을 뿌리는 일

"지금은 빌려줄 돈이 없다. 며칠만 기다리면 세금이 들어오니 그때 많은 돈을 빌려주겠다"는 말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은 지금이 절실하다. 물에 빠진 사람 죽은 후에 건져야 아무 소용없다.

남을 돕는 일도 마찬가지다. 갖고 있는 중에서 표 나지 않을 정도로 떼어 주는 게 좋다. 받는 입장에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아 편하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겐 작은 정성도 아주 큰 효과를 낸다.

선영이와 주성이 할머니가 고마워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액수로는 큰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고마움은 선영이와 주성이 할머니에게 살 희망을 줄 정도로 컸다. 나눔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눔은 작은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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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