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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 '두메산골' 청원 벌랏한지마을의 겨울

주민 대부분 70대 고령…폭설에 버스끊겨 병원도 못가
집안 나무땔감 수북…"일소 5마리 무사했으면"

  • 웹출고시간2011.01.16 20:44:4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원군 문의면 소전1리 '벌랏한지마을' 풍경. 눈 덮인 마을 곳곳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이 평화롭다.

청원군 문의면 소전1리 벌랏한지마을은 수백년동안 한지를 만들며 생활해온 가구들이 모여 사는 충북의 대표적 오지 마을이다. 구제역과 한파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벌랏마을 주민들의 겨울풍경은 어떨까.

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왼쪽은 가파른 산이, 오른쪽은 대청호가 둘러쌌다. 문의면사무소를 지나 염티리에 들어서자 이제부터는 눈길이었다. 미끄러운 도로를 20여㎞를 가다보니 마을이 하나 나왔다.

오지마을답게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집은 진흙을 발라 만든 흙집이 대부분이다. 지붕 위 굴꾹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벌랏마을의 한지제작이 중단된 것은 지난 1975년 아파트가 생기면서다. 유리창에 밀려 한지수요가 급감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한지체험관이 들어서며 마을의 전통을 다시 이었다.

"구멍가게 하나 없던 마을인데 입소문을 타면서 식당도 2개나 생겼어요" 체험마을 사무국장 강귀순(여·48)씨가 말했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서 마을 사람들의 표정이 한층 어두워졌다고 한다. 폭설과 한파가 계속돼 도로가 모두 얼어붙어 차가 다니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벌랏한지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제설작업이 제대로 안돼있다. 마을에는 하루에 6번 버스가 늘어오지만 요즘은 눈길에 막혀 제때 오는 경우가 드물어 졌다.

ⓒ 강현창기자
벌랏마을 22가구 41명의 주민 중 80%가 70대 이상 노인들이다. 대부분 당뇨와 혈압,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그런데 교통이 끊기자 병원에 다닐 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윤예희(여·81) 할머니는 "도로에 눈이 쌓이자 하루 6번 들어오던 버스가 잘 안들어온다"며 "지금 받아놓은 혈압약이 다 떨어지기 전에 병원에서 약을 받아와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가에 큰 고통을 주고 있는 구제역도 벌랏마을 주민들에게 근심거리다. 이 마을에서 키우고 있는 소는 모두 5마리. 식용소가 아니라 모두 일소다. 한지체험만으로는 생계를 구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콩·깨·마늘·고추 등의 밭농사를 하고 있다. 구제역이 마을에 들어와 소를 잃게 되면 농사일을 꾸리기가 막막해진다.

추위도 문제다. 집 창문이란 창문에는 죄다 성에가 낀다. 쇠붙이를 잡으면 손이 쩍쩍 달라붙는다. 낮에도 눈은 녹지 않는다.

벌랏한지마을에 사는 이만기(84) 할아버지가 나무로 불을 때는 화목보일러를 손보고 있다. 기름보일러도 있지만 1년 기름값이 120만원이 넘게 나온 뒤로 가동을 안한다고 했다.

대부분 집은 아직까지 나무 뗄감을 사용한다. 기름보일러가 설치된 집도 있지만 1년 유류비가 120만원이 넘게 나와 거의 가동하지 않는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주민들은 동네 입구 마을회관에서 겨울을 난다. 아침부터 모여 점심을 같이 해먹고 시간을 보내다 저녁 무렵 흩어진다. 한 주민은 "이런 모습이 '펭귄 떼'같지 않냐"고 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벌랏마을 주민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가을에 마련해 둔 뗄감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이만기(84) 할아버지가 말했다. "기다리다보면 눈이 녹고 봄이 와. 그때 되면 다시 놀러올거지?"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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