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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도 새벽에 폐지 주워야…"

폐지주워 생활하는 청주 이춘복 할머니
자식들 생활고에 명절에도 얼굴 못봐

  • 웹출고시간2010.09.19 19:33:3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19일 새벽 2시 청주시 상당구 금천광장에서 이춘복(81) 할머니가 폐지를 줍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에도 이 할머니는 폐지를 주우러 거리로 나설 계획이다.

ⓒ 강현창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찾아왔지만 갈 곳도, 찾는 이도 없는 독거노인들에게는 명절이 오히려 서럽기만 하다.

추석을 3일 앞둔 19일 새벽 2시 청주시 흥덕구 탑동 이춘복(여·81) 할머니의 집. 다른 벌이가 없는 이 할머니는 생계를 위해 폐지를 주워 팔아 생활하고 있다. 폐지를 주우러 새벽길을 나서는 이 할머니가 연신 한숨을 내쉰다.

"자식들이 하나같이 어려워 명절 때 모이기 힘드네요. 작년까지는 큰아들하고 같이 살아서 외로운 줄은 몰랐는데…"

40살 때 남편을 병으로 떠나보낸 이 할머니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3남1녀의 자식들을 키워냈지만 이번 추석은 홀로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살아있다면 62살이 됐을 큰아들은 지난해 11월5일 3년 동안 앓던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의 한 영세민아파트에 홀로 사는 둘째 아들(57)은 3년 전 공사판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쳐 혼자서는 몸을 일으킬 수도 없는 장애인이 됐다.

대전에 사는 셋째 아들(54)도 지난해 위암수술을 받은 뒤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공사장에서 일한다는 사위와 함께 사는 막내딸(47)도 이번 추석 때 얼굴보기는 힘들다. 추석 때도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새벽 2시30분, 청주시 상당구 금천광장에 도착했다. 한 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할머니가 주운 폐지는 모두 3㎏. 명절을 앞두고 경쟁이 치열해져서 폐지 줍기가 만만치 않다. 평소라면 새벽에 나와 10㎏정도의 박스와 폐지를 주울 수 있었지만 9월 들어 아무것도 못 줍고 돌아오는 날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렇게 고생하며 주운 폐지는 수집업자가 ㎏당 1천원의 가격에 가져간다.

"새벽 거리가 별로 없으니 아침에 다시 와봐야겠다"고 말하는 이 할머니.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들은 밤낮도 없이 하루에 3~4차례 거리로 나선다.

이 할머니의 수입은 노령연금으로 받는 9만원과 이렇게 폐지를 팔아 하루 1천~2천원 정도 버는 것이 전부다. 이 할머니가 지난 두 달간 폐지를 팔아 번 돈은 8만원. 결국 13만원으로 한 달을 생활해야 한다.

다행히 큰아들이 아프기 전에 '미장'일을 하며 모아둔 돈으로 전세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지만 식비와 전기세, 수도세, 병원비 등은 모두 할머니가 벌어 생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이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다. 벌이가 있는 셋째아들에게 자가용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몸도 안 좋은 아들이 차를 팔고 직장을 다니기는 어려운 상황. 결국 이 할머니는 수급권자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이 할머니는 오는 22일 추석당일 새벽에도 폐지를 주우러 거리로 나설 작정이라고 했다. 명절이면 각종 과일이나 선물을 포장했던 폐지와 박스가 많이 나오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새벽 4시, 집에 도착한 이 할머니는 "혼자 지내는 둘째아들을 보러 가고 싶지만 오고가는 차비를 생각한다면 내 처지에 엄두가 안난다"며 "나는 괜찮으니 얼굴을 못 보더라도 자식들 모두 즐거운 추석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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