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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11.05 15:52:4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임병무

논설위원

문화재 기사를 쓰기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베테랑 기자라 해도 문화재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으면 헤매기 마련이다. 문화재 관련기사는 용어도 어렵거니와 취재현장이 대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기자가 접근하려들지 않는다. 교수의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고 아이템을 아무리 훑어보아도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생경스런 용어들로 가득 찬 현장 자료를 읽다보면 자신이 답답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문화재는 일반 문화기사보다도 더 쓰기가 어렵다. 양질의 문화재 기사를 쓰기 위해선 표피적이나마 사전 지식이 있어야 하고 문화재보호법도 알아야 한다. 국가지정 문화재, 도지정문화재 등 가장 기초적인 것도 모르고 문화재 기사를 쓰겠다는 것은 그물을 가지고 무작정 깊은 강 속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매우 위험한 노릇이다.

가령 구석기 유적이나 발굴성과를 취재하려면 해당 지역의 퇴적층이 구석기 시대의 고토양 층(古土壤層)이 맞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홍적토(洪積土)로 불리는 고토양층은 충적토(沖積土)이전에 형성된 지층이다. 고토양 층은 기후가 추웠던 당시, 나무뿌리 등으로 물이 스며들어가 이른바 토양쐐기(crack)현상이 관찰된다. 이 지층과 출토 석기가 맞아야 한다. 간혹 문화층이 교란될 경우 출토 석기와 지층이 맞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두 번째로는 해당 유적이 연대측정을 했나 알아본다. 시일이 촉박할 경우에는 석기의 제작기법과 지층으로 판별하여 연대 값을 추정할 수 있으나 보다 정확한 것은 연대측정법에 의해 얻어진다.

절대연대측정법으로는 열 형광법, 고지자기 측정법, 탄소연대측정법 등이 있으나 요즘에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탄소연대측정법(carbon dating)을 보편적으로 실시한다. 유기체의 몸속에는 탄소가 남아 있는데 일정 기간이 되면 그 양이 반으로 주는 반감기를 이용한 측정법이다. 우리나라에는 서울대에서, 미국에서는 지오크론사에서 많이 실시한다. 석기는 시대가 올라갈수록 규모가 크고 제작 기법이 거칠다. 외날보다는 양날이 더 발달된 형식이다. 석기의 제작수법이 뛰어나다 해도 지층이 맞지 않거나 절대연대 측정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기사로의 가치는 반감된다. 그리고 문화재 담당 기자는 반드시 유적의 보존 필요성 여부를 짚어주어야 한다.

구석기 하나만 취급하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이 가해지는데 여기에다 신석기, 청동기, 원삼국, 철기 등으로 시대가 이어지고 분야도 석기, 토기, 절터, 탑, 불상, 금석문, 서간문, 성(城), 당간, 범종, 고건축, 천연기념물, 명승, 민속자료 등 수많은 분야를 총괄해야 하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 올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 관련 기사는 피한다고 해서 될 성질이 아니다. 토목공사에 앞서 교통영향평가를 하게 되는데 문화재는 이 범주에 속하여 반드시 지표조사나 시굴 또는 발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 같은 조치를 취해도 토목공사를 하다보면 문화재가 출토되는 예가 많다. 유구나 매장문화재가 발견되면 시공업체 측에서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이럴 경우 문화재를 조사하는 기간에는 공사를 할 수 없으므로 대충 넘기려 드는 수도 있다. 문화재 담당기자는 이런 현상들을 지키는 파수꾼이어야 한다.

문화재 기사를 전문용어로 도배할 것이 아니라 독자가 알기 쉽게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모르는 기사는 편집자도 모르고 독자도 모른다. 문화재 전문기자가 만능 탤런트일 수는 없으나 최소한 그 영역에 접근하려는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지난여름, 모 시민기자가 쓴 기사가 있었는데 청남대를 문화재라고 표현하였다. 청남대는 근대유산이나 명승으로 지정된 문화재가 아니다. 그냥 명소라고 부르면 무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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