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5)은 24절기로 ‘입하(立夏)’이며 올해는 어린이날과 겹쳐 의미가 더욱 크다.
24절기 중에 ‘설, 립(立)자가 들어간 절기 이름이 넷이 있는데,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 여름이 되었다는 입하(立夏), 가을이 왔다는 입추(立秋), 겨울이 다가옴을 예고하는 입동(立冬)이 그것이다. 춘하추동 4계절의 기둥 절기인 셈이다.
이때의 ‘설’ 입(立)자는 ‘서다’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시작’ 또는 ‘되었다’라는 의미로 받아드리는 것이 절기를 이해하는 데는 더 쉬울 것 같은 생각이다.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요 입하는 여름이 되었음을 알리는 절기라는 것이다.
입하는 음력 4월의 절기로 이제 여름이 되었다는 신호이며 동양학에서는 양기(陽氣)가 왕성한 때를 시사한다. 4월을 하루에 견주면 사시(巳時)에 해당되는데 요즘 시간으로 환산하면 오전 9시 반 경에서 11시 반까지를 말한다. 이때는 해가 떠서 가장 밝고 빛나는 시간이며 실질적인 하루의 일이 진행되는 때이기에, 주역(周易)에서는 4월을 순양(純陽)인 중천건(重天乾) 괘로 삼아 건월(乾月)이라고도 부른다. 하늘과 강건함과 밝고 빛남을 상징한다. 결혼이나 기념식을 사시에 많이 하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된 것일 것이다.
입하를 전후해서 풀 나무와 농작물들은 힘차게 자라나기 시작하고 동물들도 새 풀 맛에 살찌기 시작한다. 그러나 옛사람들에게는 매우 견디기 힘든 때였었다. 이때가 되면 식량이 모자라 굶어죽는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이 허기를 면하기 어려웠었다. 이른바 ‘보릿고개’라는 힘든 고개였다.
이때 새 쑥에 쌀가루를 버무린 ‘쑥버무리’는 가장 인기 높은 음식으로 봄 일의 능률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계절은 음력 4~6월, 즉 입하에서 입추까지의 3개월을 여름으로 삼는다. 이때는 1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하여 동식물들의 성장에 절정을 이루며 이 에너지로 만 생물이 돋아나고 자라나고 피어나고 열매를 맺는다. 무성과 번창과 개방과 활력이 넘치는 젊음의 계절이라 이때는 민속놀이도 힘을 많이 쓰는 씨름이나 그네뛰기가 주종을 이룬다.
입하(立夏)라는 말을 현대생활에 맞게 대입해보면 “서서 열자”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설’ 입(立)자는 ‘서다’라는 뜻으로, 눕거나 앉는 것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의미이며 ‘여름, 이란 말은 계절의 ‘여름’ 만이 아니고, “열다”라는 뜻이 함축된 말이니 “서서 열자”는 것이다.
‘여름’의 본뜻은 ‘열다(문을)와 열음(열매)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문도 열고 지혜도 열고 가슴도 열고 마음도 열자. 열 되 서서(적극적으로)열고, 열어젖히지만 말고 남의 것도 받아들여 열매까지 맺고 서자.
’봄‘은 ’보임‘이요 ’여름‘은 ’열음‘이 그 어원일 것이다.
입하를 맞는 현대인의 자세는 여름이 왔으니 적극적으로 서서 열어젖히고 모든 걸 받아드려 영양 많고 튼실한 열매를 맺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