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운(자유기고가)의 24절기 이야기’ - 추분(秋分)

2008.09.22 21:20:37

24절기는 크게 네 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 로 나뉘고 각 계절마다 3개월씩을 배정하여 일 년 열두 달이 되고 각 달마다 절기와 중기라는 것을 두니 24절기가 되는 것이다.

각 철이 드는 첫 달은 ‘설 입(立),자를 넣어, ’입춘, 입하, 입추, 입동으로 계절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둘째 달은 각 계절의 가운데이므로, 춘분, 하지, 추분, 동지의 중기가 오게 된다는 것은 24절기 이야기의 ‘춘분’에서 이미 언급한바가 있다.

오늘(9/23)은 24절기 중의 추분 날이다. 추분은 음력 8월의 중기이고 가을의 중기이며, 춘분이 태양의 황경이 0도인 기준점이라면 추분은 절반인 황경 180도의 시점이 될 때이다. 절기로는 백로와 한로 사이에 위치한다.

춘분과 추분은 다 같이 밤과 낮의 길이가 거의 같은 시점이다. 그러나 춘분은 양(여름)으로 가는 기준점이라 이날을 기점으로 낮이 점점 길어지고, 추분은 음(겨울)으로 가는 기준점이 되므로 추분을 지나면 밤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춘분을 지나면 심고 가꾸고 열심히 활동하는데 생활의 초점을 맞춰야하고 추분을 맞이하면 거두고 갈무리하고 결산하고 수련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대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길이 될 것이다.

춘분이 일 년 농사의 시작점이라면 추분은 결산시기이다. 풍성한 수확을 얻었다면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산 열매일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았다는 반증인 것이다. 운이 나빴다거나 사회나 남 탓을 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며 자기에게서 허물을 찾지 않거나 참회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내년에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불러오고야 말 것이다.

추분이란 절기를 하루에 비유하면 퇴근시간 무렵이고 인생에 비교하면 60대 중반에 해당할 것이다. 생활의 패턴과 삶의 질이 바뀌어야할 시점이 닥아 오고 있다는 암시이다.

가르고 추스르고 감사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풍성한 가을을 더욱 윤택하게 채색해가자.

세상에서 가장 깊은 병은 자기 잘못과 자신의 마음속 깊이 박혀있는 '미움'이라는 병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선현들은 갈파했다. 가을은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가르는 계절이다.

알곡은 깊이 잘 갈무리할 것이요 묵은 잘못이나 미움은 낙엽처럼 미련 없이 떨쳐버리는 것이 내 삶을 가장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일이 될 것이다.

“금년 할 일 못 다하나 명년 계교(計較) 하오리라/ 밀재 베어 더운가리 모맥(牟麥)을 추경(秋耕)하세/ 꽃꽃치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갈소 / 인공(人功)만 그러할가 천시(天時)도 이러하니/ 반각(半刻)도 쉴 때 없이 마치며 시작나니...“

‘금년 할 일 다 못해도 내년 계획 세우리라/ 풀 베고 더운갈이 밀 보리 심어보세/ 끝까지 다 익지 못해도 급한 대로 걷고 가소/ 사람 일만 그런 게 아니라 하늘도 이렇다네/ 잠시도 쉴 새 없이 마치면서 다시 시작 되나니...’
<농가월령가 8월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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