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운(자유기고가)의 24절기 이야기’ - 입춘(立春)

2008.02.03 20:10:04

오늘은(2/4일) 입춘이다. 절기로는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으며 음력으로는 새해의 첫 번째 절후가 된다. 양력으로는 매년 2월4일 경(3일 또는 5일)에 들지만 음력으로는 12월 또는 1월에 오게 된다. 12월에 오건 1월 달 며칠에 들건 간에 동양, 특히 명리 학에서는 입춘이 드는 날로부터 새해로 인정하게 된다. 새해, 새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후가 바로 입춘이라는 것이다.

봄의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날씨는 아직도 겨울이다. 입춘 추위는 거르는 일이 없고 ‘입춘추위 김장독 깬다. 는 말이 있듯이 몹시 춥고 쌀쌀한 시기이다. 그러나 입춘이 되면 옛사람들은 농기구를 닦고 보수하며 여자들은 집안청소와 살림살이를 살폈다.

“……일년지계 재춘 하니 범사를 미리 하라/ 봄에 만일 실기하면 종년(終年)일이 낭패 되네/ 농지를 다스리고 농우를 살펴 먹여/ 재거름을 재워놓고 일변으로 실어내어/ 보리밭 오줌주기 세전보다 힘써하소…….”

미리미리 계획을 잘 세워서 때를 놓쳐 년 말에 낭패 보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준비하라는 ‘농가월령가’의 일부이다.

입춘을 맞는 세시풍속으로는 ‘입춘방’이라는 것을 써서 대문이나 기둥, 창고 부엌 등의 문과 기둥에다 붙였는데, 대궐에서는 신하들이 지어 올리는 ‘춘첩자(春帖子)’라는 시를, 민간에서는 손수 지은 새로운 글귀나 옛사람들의 좋은 시구(詩句)를 따다 써 붙였는데 이것을 춘련(春聯)또는 춘축(春祝)이라 했다.

사극영화나 TV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춘축 몇 편을 음미해보자. 가장 일반적인 축문은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다. “입춘을 맞아 크게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하고, 나라에는 많은 경사가 있기를 축원 함”을 나타낸 글귀다. 관리나 고관들의 큰 대문에는 ’국태민안(國泰民安),가급인족(家給人足) ‘이라는 춘련이 많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평안하며,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하라”는 뜻이다. 이 외에도 많이 애용되는 것이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인데.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는 의미이다. 눈만 뜨면 항상 볼 수 있는 곳에 붙어있으니, 우리 조상들은 일 년 내내 이런 기도 속에 살았다 할 수 있다.

입춘의 본뜻은 ‘봄이 섰다’ 곧 봄이 온다는 뜻이다. 그러나 좀 다른 각도에서 한 번 생각해보면 ‘서봄(서서보다)’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立’은 ‘서다’이고 ‘春’은 ‘봄’이 아닌가. 누어서도 앉아서도가 아닌 ‘서서 보자‘는 것이다. 훨씬 멀리 보다 자세히 능동적으로 잘 살펴보자는 의미이다. 봄이란 말의 어원도, 허허벌판에서 없던 싹이 돋아나고 안보이던 잎이 피어나며 숨었던 벌레와 잠자던 짐승들이 나타나 ’보임(봄) ‘을 뜻하는 말이었을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입춘을 하루에 비유하면 첫 새벽이요 일 년으로는 아주 이른 봄이라 할 수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아침 해를 보고 세상을 바라보며 오늘 무슨 일을 해야 할지를 잘 헤아려‘보고’, 올해는 무슨 씨앗을 언제 뿌릴 가를 계획하는 절후가 바로 또 다른 ‘입춘’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입춘 날이 되면 해마다 춘축을 정성들여 써 붙이시고 노랫가락에 맞춰 흥얼대시던 내 아버님 생각이 아련하다.

“당상부모는 천년수요 (堂上父母千年壽), 슬하자손은 만대영이라(膝下子孫萬代榮)”
(웃어른과 부모님은 천년수명을 누리시고, 슬하의 자손들은 만대에 영화를 누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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