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운(자유기고가)의 24절기 이야기’ - 곡 우(穀雨)

2008.04.20 00:32:51

“세상살이엔 부드러움이 제일의 무기이고 강한 척 뽐내는 것은 실패의 길잡이”라는 말이 있다. 앞 절기인 ‘청명’이 맑고 밝음의 달이라면 청명에 ‘부드러움’을 더한 것이 “곡우‘라 할 수 있다.

오늘(4/20)은 봄비에 모든 곡식이 윤택해진다는 곡우(穀雨) 라는 절기이다. 이때는 대개 비가 자주 내리는데 만약 가뭄이 들면 흉년이 들 징조라 하여 모든 행동과 말까지도 조심스럽게 했다고 한다. “곡우에 가뭄 들면 땅이 석자나 마른다”는 속담을 보더라도 곡우 때 비는 더 없이 소중하게 여겼던 것 같다. 농가에서는 이때가 바로 못자리를 하기위해 볍씨를 담글 때이기에 농심의 깊이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곡우”라 이름 한 것은 “곡물에 좋은 비” 또는 “농사짓는데 때 맞춰 내리는 소중한 비”라는 의미로 붙인 것이라 짐작된다.

곡우는 새해 들어 여섯 번째 맞는 절기로 어촌, 특히 서해안 쪽에서는 조기잡이가 잘되고 나무에는 물이 오르는 시기이며 봄을 완성하여 여름에게 인계하는 봄의 마지막 절기이다. 삭막 했던 대지위에 만 생물을 길러낸 그 원동력은 무엇 이였을까? 바로 ‘우수‘와 ’곡우‘의 봄비가 아닐까.

봄비는 4계절 중 가장 약하고 부드러운 비이므로 모든 생명들을 길러낼 수 있었으며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를 녹이고 흙을 부드럽게 하여 딱딱하던 큰 뿌리에 실뿌리가 돋게 하고 물과 영양소를 빨아올려 새싹이 돋아나고 잎과 꽃이 피어나며 가지가 뻗어나고 열매를 맺게 한다. 이 위대한 힘은 강함이 아니라 부드러움에서 나온 것임을 명심하자. 모든 생명은 강해지기를 원하고 강해지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강함은 그 시작이나 속은 반드시 부드러움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처음부터 강한 것은 오래갈 수가 없다. 우리 몸에 가장 강한 부분이 치아인데 이는 유치를 뽑고 다시 돋아나도 가장 부드러운 부분인 혀보다 훨씬 먼저 망가진다. ‘붓이 칼을 이긴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곡우’를 하루에 비유하면 출근하여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요 인생역정에 대입하면 20대 초반으로 학교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기에 해당된다. 육체적인 면에서는 다자라 강하나 아직 실전경험은 미약하므로 매사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곡우’의 봄비를 본받아 안으로 지혜를 기르고 밖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만생물의 성장발전에 원동력이 되어야할 것이다.

봄은 한 해의 시작이고 성년은 인생의 실질적인 출발이다. 봄바람과 봄빛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봄비는 가늘고 조용하다. 인생의 첫출발도 마찬가지다. 봄비와 봄빛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고 조용히 내 지혜의 꽃을 피워가자.

오늘은 마침 ‘장애인의날’과 겹친 ‘곡우’날이다. 단단한 이빨로 연약한 혀를 감싸주듯이, 굳센 등뼈와 갈비뼈로 오장육부를 보호하듯이 힘센 사람들의 장애인 돕기에 ‘곡우’의 속뜻을 되새겨 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3월은 늦봄이니 청명 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온갖 꽃 피어나고 새소리 갖가지라. 대청 앞 쌍 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꽃밭에 범나비는 분주히 날고 기니 벌레도 때를 만나 즐거워함이 사랑홉다.“
‘농가월령가’ 3월령의 한 구절에서 무르익은 봄빛에 화사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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