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운(자유기고가)의 대보름 이야기'

2008.02.21 09:41:28

음력 1월 15일을 “정월대보름”이라한다. “보름”이란 음력 15일, 달이 다 차올라 가장 밝을 때, 또는 15일 동안, 이란 뜻으로 쓰인다. 한 달의 한 가운데, 한 달의 절반을, 그리고 가장 밝을 때를 의미하는 이 “보름”이란 말의 어원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밝+암>바라암>바름>보름”이 되었다는 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밝”은 밝음이고, “암”은 어둡다(暗)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민속학자들에 의하면 세시풍속의 1/4 정도가 이 대보름 풍속이고 설 풍속을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게다. 한해를 시작하는 첫 달이 정월이고 이달의 보름이 곧 한해의 첫 보름이 아닌가.

음력은 달을 기준으로 한 역법이니 달의 전성기인 정월대보름을 기리는 세시풍속이 다양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달이 음양학에서는 “음”에 속한다. 음(陰)이란 어둡고, 차갑고, 부드럽고 유연함을 의미하며 물과 생명과 생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하늘이 뜨거운 양이라면 땅은 만 생물을 길러내는 어둡고 차고 부드러운 음이며, 사람으로 치면 남자가 양이고 여자가 음이 된다. 농경사회에서 최고의 염원은 풍년과 다산(多産)이었다. 곡식을 많이 거두게 하고 자식을 많이 낳는 것은 음의 영역인 땅과 여자가 좌우하였으니, 음의 상징인 정월대보름 달에 거는 기대는 대단했으리라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히는 것이 보름달이니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기본 또한 당연히 여성의 몫이 아닐까 유추해 볼 수 있다. 한 집안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주부의 말과 행동이 어떠한가에 따라 좌우될 것이고, 자식을 잘 기르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보살핌이 으뜸일 것이며, 어지럽고 어두운 세상을 밝고 명랑하게 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생각과 행동이 단연 첫 번째 요소로 꼽혀야할 것이다. 세시풍속이 다양하고 음양이 잘 조화되어 있는 데서 조상들의 지혜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보름 풍속 중에 대표적인 놀이들을 분석해보면, 부럼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마시기, 등은 개인적인 기복행사 일 것이고, 달집놀이, 다리밟기, 줄다리기, 고싸움, 등은 집단이익을 위한 단체적인 행사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당산제, 동신제(洞神祭) 등은 동네사람들의 질병과 재앙을 막고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는 동민협동 맹세의 장으로 집약되는 행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대보름세시풍속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고쳐 나가야할 일은, 음의 영역인 공기와 물과 땅을 더럽히지 말고, 어둡고 거친 이 세상을 보름달처럼 밝게 비취게 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와 여성을 신나고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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