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운(자유기고가)의 24절기 이야기’ - 백로(白露)

2008.09.07 09:27:30

자기가 어느 항구로 가고 있는지를 잊고 있다면 아무리 잔잔한 바람도 순풍이라 할 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일상생활에 휩싸여 목표와 현실에 무감각해짐을 경계하는 말 일 것이다.

오늘(9/7)은 24절기 중의 백로(白露) 날이다. 한 해의 살림살이가 어떠했는지 그 결실의 속이 차오르는 가을도 익어가는 시기이다.

백로는 처서와 추분 사이에 드는 절기로 음력 8월의 중순(올해는 8/8~8/23)을 관장하는 기류이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로, 밤이 되면 선선한 바람결에 기온이 떨어지고 낮 동안 무더위에 가득하던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겨서 풀잎에 고운 이슬이 맺힌다. 이 영롱한 이슬을 바라보며 부푼 소망을 담아 ‘백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백로에 비가 오면 오곡이 겉여물고 백과에 단물이 빠진다.” 는 속담이 있다. 봄에는 비(음;陰)로써 만물의 성장을 촉진케 하고 가을에는 따끈한 햇볕(양;陽)으로 속에 영양과 열량을 축적하는 것이 대자연의 섭리임을 일깨우는 말 일 것이다. 봄에 좋은 것과 가을에 좋은 것이 다르며 봄에 해야 할 일과 가을에 해야 할 일이 또한 다른 것임도 눈치 채자.

백로가 관장하는 8월은 가을의 중기로써 선선하다가 차가운 기온을 감돌게 하며 오곡백과를 무르익게 하여 추석 차례 상을 풍성하게 해 준다. 맑고 시원한 바람에 햇빛도 강열하지만 태풍을 몰고 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하고 해안지방에는 해일로 인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아침에 팬 벼는 먹고 저녁에 팬 벼는 못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백로 이후에 펴오르는 벼는 익을 시간이 없다는 의미이지만 가을의 이중성과 빨리 지나가는 시간을 경계하는 뜻도 담겨져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백로라는 절기를 인생역정에 비유하면 60대 초반에 해당된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는 시간도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가고 안정과 위험이 동시에 같이 있으며 자손의 혼사 등 상서로운 일도 많고 웃어른의 상사(喪事)등으로 슬픈 일도 많을 때이다.

봄은 ‘보임’이요, 여름은 ‘열음’이며 가을은 ‘가름’이라했다. 봄에 심은 씨앗이 싹으로 나와 보여줌에 즐거움을 느끼고 여름에 가꾼 가지에 열매가 열어 희망의 희열에 잠겼으나 가을의 가름에서는 알곡인지 쭉정이 인지를 잘 가려야할 때이다.

60이 넘으면 인생의 가을이다. 정직하고 냉철하게 내 인생의 결산을 위해 갈무리할 것과 버려야할 쭉정이들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해야할 때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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