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운(자유기고가)의 24절기 이야기’ - 청명(淸明)

2008.04.04 09:50:17

오늘(4/4일)은 24절기중의 하나인 청명일이다. 절기는 태양의 황경이 15도가 될 때마다 한 번씩 바뀌는데, 그 기준인 0도가 바로 전 절기인 춘분이므로 청명은 황도 상으로는 첫 번째 맞게 되는 절기인 셈이다. 농가에서는 겨우내 얼었던 논밭두렁을 손질하고 논밭갈이를 시작하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논농사가 시작된다. 맑고 밝은 몸과 마음으로 새해의 대업을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절기 이름이 ‘청명’으로 된 것은 중국 황하의 강물이 이즈음에 가장 맑기 때문이라고 전해지는데 과연 황하의 물이 얼마나 맑았었는지는 의문이다. 24절기의 이름이나 풍속을 가꾸고 지켜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이야기나 농업 인구가 5%내외로 생활여건이 급격히 변해 가고 있는 오늘날에는 그 의미나 해야 할 일을 현대인의 생활에 맞게 바꾸어 보는 것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할 일이라고 여겨진다.

청명의 청(淸)자는 ‘맑다. 깨끗하다’는 의미이고, 명(明)자는 ‘밝다. 밝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청명은 3월(음력)의 절기로서 봄의 마지막 달이다. 1월에 계획하고 2월에 준비했던 일을 3월부터 실행에 옮기는 때이니 첫 출발은 몸과 마음과 환경이 모두 맑고 깨끗하고 밝아야하지 않을까? 청명이란 이름에서 그 의미를 찾아 되새겨본다.

맑고 깨끗한 마음에서 건강한 육체가 유지되고 밝고 따뜻한 정신에서 좋은 생각과 착한 행실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바탕에서라야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고 정의로운 일을 성취할 수가 있게 된다. 이러한 경지에 들기 위해서는 “마음을 깨끗이 갖고 욕심을 적게(淸心寡慾)하라”고 선현들은 설파했다. 자기 능력만큼 자기가 일한만큼만 누리고 가져야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청명의 밝을명(明)자에서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밝을명자를 해체(破字)해보면 날(해) 일(日)자와 달 월(月)자가 합성된 글자이다. 해와 달처럼 밝고 빛나고 따뜻해야한다는 것이다.

“밝히다”라는 말은 어두움을 환하게 하는 것도 밝히는 것이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도 밝히는 것이다. 몰랐던 것을 알게 하는 것도 밝히는 것이고 숨었던 것을 찾아내는 것도 밝히는 것이다. 어느 한 가지를 너무 좋아해 빠져버리는 것도 밝히는 것이지만 그것들 보다 더 중요한 뜻은, 해와 달처럼 항상 변함없이 때를 맞추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해 낸다는 의미일 것이다. 해와 달이 지각하거나 결근하거나 휴가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밝음이란 말이나 글로가 아닌, 몸과 행동으로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틀림없이 해내는 일이며 어둡고 차갑고 탁한 것들을 다 끌어안아 감춰버리는 것이다. 그 ‘밝힘’에 ‘맑음’까지를 더한 것이 이달을 맞는 “청명”의 뜻으로 새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이란 말이 있다. 여기에서 바람(風)과 달(月)을 빼면 “청명”이 된다. 바람과 달은 스스로 맑고 밝을 뿐 그 누구의 도움이나 간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람의 맑고 밝음도 누구의 가르침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닦고 가꾸어야할 덕목이요 가치요 향기인 것이다.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흐리면 발을 씻는다(淸斯濯纓 濁斯濯足矣)”는 말은 어떤 영화로움이나 욕됨도 다 자신의 청탁에 연유함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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