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운(자유기고가)의 인생 열두 고개' - 잔나비 고개

2009.08.02 16:04:53

인생 열두 고개의 아홉 번째 고개는 원숭이(잔나비) 고개이다.

음력 7월의 고개인데 올해의 경우 윤달이 들어 음력 6월 17일 (양력 8월 7일)부터 7월 18일(양력 9월6일)까지가 신월(申月)인 원숭이 고개에 속한다.
‘청포도가 알알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동양학에서는 음력 7월을 신월(申月)이라 부르는데, 이 신(申)이란 글자를 잘 뜯어보면 이때의 특성이 어느 정도 숨어 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이 글자는 입구 자(口) 안에 음양의 상징인 ㅡ과 l 이 서로 마주쳐 +을 이루니 밭(田)이 된다. 밭에 뿌린 씨는 자기를 개벽하여 음기는 밑으로 향하여 뿌리가 되고 양기는 하늘을 향하여 싹이 되어 자란다. 이것이 곧 신申자의 본뜻이다.

좀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해(日)를 반으로 쪼갠 형상이기도 하다. 이때는 낮은 불볕더위가 작열하고 밤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의미도 깃들어 있고, 한여름 석 달을 지배하던 양기는 후퇴를 준비하고 음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양기를 따라 하늘로만 뻗어 오르던 곡식들은 속을 채워 음의 시대를 준비하는 듯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다.

삶의 모양다리도 자연의 섭리를 외면하지 못한다. 허리가 휘는 땀범벅 논매기에 녹초가 되기도 하지만, 매미와 새들의 합창 속 시원한 그늘 밑의 낮잠 한 숨은 더할 수 없이 한가로운 농촌의 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칠월의 낮은 덥지만 밤엔 선선한 음기가 찾아들고, 고달프나 한가로우며 외형적 성장위주의 과일과 곡식들은 영양과 향기를 채워 영글어가기 시작하는 때인 것이다. 음양과 강약과 내외가 뚜렷이 공존하는 시절이란 이야기다.

7월과 원숭이의 상징인 신(申)은 정오행으로는 금(金)에 속하나 삼합오행으로는 수국(水局)의 생지(生地;生支)이고 방국으로는 가을의 초입에 배속된다. 간단히 줄여 말하면 변화도 많고 겉과 속이 확연히 다르다는 의미이다.
또한 잔나비 띠는 열두 띠 가운데 사람과 가장 흡사한 동물로 머리도 재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일까?
명리학에서는 신월(申月: 음력 7월)이나 신일(申日). 신시(申時).혹은 잔나비 띠(申年)에 태어난 사람은 영리하며 강건하고 활동력이 왕성하다고 판단한다. 밤은 덥고 낮은 서늘하듯, 날일 자(日)를 반으로 쪼갠(申)듯 확연한 이중성격을 가지며 이 달의 열매처럼 외면적 성장보다는 내면을 중시하는 성격이 두드러진다고도 말 한다. 그래서 경찰이나 정보부서 과학기술분야의 직업을 권유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는 기생이나 사업가로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흔하다.

신월은 오곡백과가 열매 속에 영양과 향기를 채워가는 시기이다. 하루로 치면 오후 3시 반에서 5시 반 사이의 시간이고, 인생살이에 대입하면 50대 후반에 해당된다. 물질적 양적인 성장보다는 내면에 충실해야 할 때임을 일깨우는 것이 이 고개의 핵심의미이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일생을 마친 다음에 남는 것은 내가 모은 것이 아니라 남에게 베푼 것이다. 이 악물고 모은 재산은 누구의 마음에도 남지 않지만, 음덕과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는 죽도록 그의 가슴속에 남아있을 거라고...

곡식과 과일은 크기나 빛깔보다 영양과 맛으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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