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은 소한이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 가라 도 한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있다. 글자 뜻으로는 소한이 대한보다 약하고 작은 것 같으나, 우리나라 기후로는 소한이 대한보다 훨씬 더 추울 때가 많았다는 것이 기상관측 이전부터 전해내려 온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없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 해 주고 있다.
새 해 들어 처음 맞는 절기로 ‘정초한파’라 불리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다. 24절기 중 23번 째 절기이고 음력으로는 12월을 관장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결산하며, 그것을 토대로 새 해 해야 할 일을 계획하는 때 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산 한 해였지만 즐겁고 보람된 일 보다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들이 마음 속에 더 많이 맴도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 정초에 세웠던 계획과 초심의 다짐이 퇴색해버린 탓일까? 씁쓸한 미소가 입술을 타고 숨는다. 그러면서도 또 새해의 계획을 세우고 목표달성을 위해 다짐하며 ‘실패 없는 성공 없고 하루아침에 완성된 일 없다’는 격언을 안주 삼아 쓴 소주 한잔으로 송년의 쓸쓸함을 추억 속으로 접는다.
음력 12월은 절기로는 소한이 관장하는 달이고 간지로는 계축(癸丑)월에 배속된다.‘ 띠’를 연상하면‘소띠’ 달이라는 뜻이다. 이 때를 하루로 비유하면 새벽 2~3시에 해당되고 한 해로는 겨울이 가장 깊숙한 때 인 것이다. 우리가 건강하게 잘 살려고 한다면 때를 잘 맞춰 사는 것이 필수적이다. 내 몸과 마음은 내가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지만 계절의 변화는 막을 수가 없다.
절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숙명이다. 고전에서는 이 때에 수기(水氣)가 가장 왕성하므로 옷은 검은 옷을 입고 기장과 돼지고기를 함께 먹어야 양생에 좋다고 쓰여있다.
춥다고 너무 웅크리지만 말고 방 안에서도 쉼 없이 매일 양생체조를 하라는 경고도 깃들인다.
새벽 2~3시면 새 날이 시작은 됐으나 아직 어둡고 추우며 일 년으로도 한겨울이니 가급적 활동이 많은 일이나 외부에서 하는 일, 혹은 확장하거나 변화를 위주로 하는 일 보다는 정리하고 추스르고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많은 선배 스승님들은 당부했다. 새 봄 농사에 큰 일을 하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소를 보고 끈기 있고 근면·성실함을 본받으라 이르셨다.
소는 농가에서 장남처럼 든든한 일꾼이요 재산목록 1호였다. 명리학에서는 이달에 태어난 사람은 소와 흡사한 성정을 갖는다 해 할 일도 많고 돌볼 사람도 많은 상무님이 적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소한은 언 땅 속에서 싹을 틔우기위해 에너지를 모으는 씨앗처럼 새 해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계절이다. 주위나 일의 정리도 필요하지만 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활력을 솟게 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등산도 좋고 여행도 좋을 것이나 심신단련의 수련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한 편의 시를 외우고, 부르고 싶은 노래 한 곡도 심신의 안정과 피로를 푸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내 가족과 이웃에게도 덕을 베풀어야 한다. 덕이 뭐 대단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다. 다정한 말 한마디, 온유한 얼굴, 믿음의 미소, 힘찬 응원은 가장 소중한 우리의 마음을 맑고 밝고 상큼하게 해준다. 이것이 바로 덕 인 것이다. 지혜 있는 사람은 항상 때를 맞추려는데 정성을 다한다. 심을 때를 기다리며 종자를 선택하고 거둘 때를 위해서 온 정열을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