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운(자유기고가)의 24절기 이야기 - 상강(霜降)

2008.10.23 08:37:31

오늘(10/23)은 24절기로 상강이다.

음력 9월의 중기로 올 가을의 마지막 달을 함께하는 기류이다. 상강이 관장하는 15일 간을 넘으면 겨울의 절기인 ‘입동’이 찾아오게 된다.

‘상강’이란 서리. 상(霜)자에 내릴. 강(降)자이니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라는 의미로 받아드리면 될 것이다.

날씨는 쾌청하여 하늘은 높고 맑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지만, 밤에는 기온이 낮아져 낮 동안 발생한 수증기가 짙은 안개가 되어 온 산하를 뒤덮기도 하고 땅 표면에서 엉켜 서리가 되어 내리는 것이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고추와 깻잎, 고구마와 땅콩은 수확을 마쳐야 한다.

이때가 되면 모든 농작물의 수확이 절정을 이루고 과일 따기에도 일손이 바쁠 때이다. 주연은 단연 벼 타작이다. 벼는 주 식품으로 농작물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풍년가가 가을 하늘을 더욱 높게 하려면 우선 쌀 풍년이 들어야 한다. 벼 풍년이 들어야 처녀 총각이 결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날씨도 좋고 병충해도 적었으며 태풍도 모질지 않아 ‘어거리풍년’ 이 들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어거리풍년이란 주곡과 잡곡과 과일 등 모든 농작물이 풍년이 들었음을 일컫는 말이다. 논에도 밭에도 산에도 모두가 풍년일 때다.
옛날 혼기를 넘긴 처녀 총각들의 한결같은 소원은 어거리풍년을 맞는 것이었다.

“한로. 상강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는 속담이 있다. 가을걷이에는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말과 비슷한 의미이다. 일손이 얼마나 필요하고 부족했으면 그리도 쓸모없던 부지깽이까지 가만있질 못할까? 짬을 내서 일 바빠 정신없는 농촌돕기에 시간을 할애할 수만 있다면 심신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잘 지은 농사라도 거둬들이는 때를 맞추지 못하면 한 해의 피땀 흘린 농사가 허사가 되어버린다. 비나 서리를 맞거나 태풍을 맞아버리면 그렇게 허망할 수가 없다. 그래서 때와 마무리가 소중하다는 것이다.

상강을 인생역정에 비유하면 70대 초반에 해당할 것이다. 인생의 결산을 하고 빚을 갚을 때이며 알곡은 잘 보관하고 쭉정이와 잘못은 낙엽처럼 태워 없애버려야 할 때이다.

겨울잠을 잘 벌레들과 동물들의 겨울집 찾는 모습에서 내가 지금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게 하는 절기임을 알아차리자.

“구월이라 계추 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
제비는 돌아가고 떼 기러기 언제 왔노/
벽공에 우는소리 찬이슬 재촉는다/
만산에 풍엽은 연지를 물들이고/
울밑에 황국화는 추광을 자랑한다.“

<농가월령가 9월령>에서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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