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12월 7일은 24절기로 대설입니다.
'소설'과 '동지' 사이에 드는 절기로 음력으로는 11월 10일이며 이때가 되면 눈이 많이 내린다하여 큰 대(大)자에 눈 설(雪)자를 절기 이름에 붙이지 않았나 생각 됩니다.
천견박식한 사람이 충북일보와 애독자 여러분의 사랑을 받으며 지난 해 12월부터 '24절기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 어언 일 년이 되었습니다. 어설프고 시답잖은 글로 충북일보와 독자 여러분에게 누를 끼쳤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큰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다면 새해부터는 좀 더 나은 글로 독자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1년은 정월부터 시작되지만 24절기로는 동지(冬至)부터 새해로 여기게 됩니다. 동짓날을 지나면 가장 짧았던 해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 데서 연유한 것일 것입니다.
주(周)나라 시대에는 동짓달을 한해의 첫 달로 삼고 동지를 일양시생지(一陽始生地)라하여 암흑 속에서 태양이 다시 살아 떠오른다는 복괘(復卦)로 11월의 괘 이름을 붙이고 '작은 설'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동지 팥죽을 먹고 나면 한 살 더 먹는다는 속설도 여기에서 연유된 것일 것입니다.
이런 계절적 감각으로 보면 동지의 바로 앞 절기인 '대설'은 한 해의 마지막 절기가 됩니다.
절기도 끝이요 한 해도 끝이므로 큰 대(大)자를 절기 이름 앞에 붙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큰 대(大)자는 크다는 의미도 있지만 "누구나' '모든 사람'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큰 정치'라 하면 모든 사람들을 잘 살게 하는 정치이고, '큰 사람'이라 함은 누구든지 존경할만한 사람을 이르는 것이 그 예(例)입니다. 큰 대자는 한 일(一)자에 사람 인(人)자가 합해 된 회의문자인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일의 끝이나 아무리 하찮은 인생이라 해도 그 끝은 위대한 것입니다. 비(雨)가 눈(雪)이 되듯이 말이죠.
물은 자신이 남을 씻어주려 하지만 눈은 남의 허물도 덮어주고 스스로가 깨끗해지지요.
한해와 절기를 마감함에 있어 큰마음으로 크게 보고 큰 결단을 내려야하며 스스로가 깨끗해져야한다는 조상들의 다그침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라 여겨집니다.
잘못한 일은 반성하고 누구에게 잘못한 것이 있으면 진정으로 사과하고 참회하며 아쉬운 일에서는 교훈을 얻고 어리석은 생각이나 소용없는 물건들은 과감히 내던져버리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 대설을 맞아 대설답게 사는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무겁던 비가 가벼워지면 하얀 눈이 됩니다.
무겁고 거추장한 것들 을랑 훌훌 다 털어버리시고
무자년 마무리 잘 하시어
함박눈처럼 자유롭게 훨훨 날아
단 한 장뿐인 내 인생의 캔버스를 곱게 곱게 채색해가시기 바랍니다.
기축년 새해에는 소(丑)의 튼튼하고 근면하며 특유한 끈기를 본받아
건강과 행운을 듬뿍 맞이하시옵기 이 작은 정성 드려 바라고 또 기다리겠습니다.
<1384.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