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운(자유기고가)의 24절기 이야기 - 위대한 추위 (大寒)

2010.01.18 20:49:14

1월 20일은 한해(음력)의 마지막 절후 인 대한이다.

보통은 음력 12월 보름께부터 내년의 시작 절기인 입춘 까지를 대한의 운기가 관장하나, 올해는 윤달이 들었던 관계로 음력 12월6일부터 20일까지의 보름간을 이 기운이 지배하게 된다. 이름이 대한이지 우리나라에서는 바로 앞 절기인 소한이 훨씬 더 추운 게 오랫동안의 통계이다. 중국 화북지방을 기준 지점으로 이 지방의 기후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게 된 이유란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이를 잘 반증해준다.

24절기는 지구가 공전하는 동안 태양과의 도수를 근거로 한 것이다. 춘분이라 정한 한 시점으로부터 해가 움직이는 길인 황도(黃道)를 따라 동쪽으로 15도씩의 간격을 나눠 24점을 정하였을 때, 태양이 각 지점을 지나는 때를 이름 지어 부르는 것이다.

음력은 열두 달에 간지(干支)를 붙여 각 절기와 절후를 분별하기도 하는데, 한 달마다에는 월건인 12개의 입절이 있고, 중기가 12개가 있어 24절기가 되는 것이다. 새해의 시작 절기인 입춘 에서부터 그 해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까지는 공히 황도 15도씩의 간격을 유지하게 되는데 도수는 춘분을 시작점인 0도로 한다.

대한은 음력 섣달의 후기를 관장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절기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옛사람들은 집안은 물론 집 주위. 동네까지 깨끗이 청소를 하고 차분히 앉아 한 해를 되돌아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을 얼마나 성실히 해냈는지, 실수는 없었는지, 노력이 모자라지는 않았는지, 사람들에게 소홀했거나 상대를 가슴 아프게 한 일은 없었는지를 꼼꼼히 짚어보면서 잘못된 일은 반드시 되짚어 참회를 하고 불을 밝혔다고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섣달그믐‘ 또는 ‘제석’이라고도 부른다. 이날 밤에는 온 집안과 대문 밖까지 등불을 환하게 밝혔다. 세상을 밝게 하고 복을 갖고 올 신의 길을 밝히는 뜻 외에도 참회의 마음을 밝히고 세배하러 오가는 사람들을 배려한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또 하룻밤만 지나면 새해가 되기 때문에 새해 설날을 자면서 맞을 수 없다 하여, 이날 밤을 자지 않는 세시풍속이 전해 내려오고 있기도 하다. 이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대한이란 절기에 맞추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난해를 결산하고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해를 맞이함에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더욱 소중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계적인 경제대란에 지구촌은 아직도 꽁꽁 얼어붙어있지 않은가. 작년보다는 좀 나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지구촌의 올해 봄바람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나무의 나이테는 겨울을 견딘 딱딱한 부분으로 나무를 강하게 하듯이 어려운 때를 잘 넘기면 성장과 발전의 기틀이 탄탄해지는 것이다. 이 모진 혹한을 잘 이겨내 한 단계씩 진화할 수 있다면 이 ‘큰 추위’의 ‘대한’은 위대한 추위로 오래도록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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