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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4.06 17:09:19
  • 최종수정2023.04.06 17:09:19

강대식

충북정론회 고문·법학박사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는 문재인 정부 시절 마지막 국회에서 다수당의 힘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밀어붙인 검찰 수사권 박탈이라 말할 수 있는 소위 '검수완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과 관련된 법안에 대하여 야당의 손을 들어 주었다. 우리 사회가 극명하게 이분법으로 갈라져 있는 것임을 보여주듯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이분화되어 자신을 지명해준 성향에 따라 서로 합의를 한 것처럼 판단을 내놓았다. 이런 판단 결과는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다.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여 헌법을 전공으로 선택한 1988년 8월 5일 헌법 9차 개헌으로 헌법 제6장에 헌법재판소가 등장했다. 대륙법계인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었던 헌법재판소법을 우리 헌법에 채용한 것은 어찌 보면 국민의 기본권을 더 폭넓고 완벽하게 보장해 줄 것 같은 그래서 선진 헌법의 대열에 참여하여 국가의 독주를 제한하고 개개 법률로 인하여 생길 문제를 4의 기관이라 할 헌법재판소가 심판하여 바로잡아 줄 것이라고 믿어 헌법재판소 탄생을 환영했고, 나도 석사학위논문을 '헌법재판제도에 관한 고찰'로 선택했었다.

헌법재판소는 법원과 달리 「1. 법률의 위헌(違憲) 여부 심판, 2. 탄핵(彈劾)의 심판, 3. 정당의 해산심판, 4. 권한쟁의(權限爭議)에 관한 심판, 5. 헌법소원(憲法訴願)에 관한 심판」만을 관장한다. 그런 이유로 '재판관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판관의 선임을 국회, 법원, 대통령이 각 3명씩 지명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명 당시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이념적인 성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재판관들이 정당이나 이념에 구애받지 말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도록 신분을 보호해 주는 의미를 담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검수완박에 대한 심판 결과는 재판관들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심판한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자신들에게 편리한 잣대로 재단하고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지울 수 없다. 그런 헌법재판소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국가적으로 더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나마 고맙겠다. 왜 우리는 다른 직업 공무원보다 임기 6년에 정년 70세까지 혜택을 부여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우대하면서도 그들의 정치적 판단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아야 하는지 가슴이 시리다.

법률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하게 여겨할 항목이 '적법절차'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적법한 절차를 어겨 만들어낸 결과는 법원에서는 대부분 무효로 판단한다. 결과의 정당성 못지 않게 절차의 중요성도 필요하다는 의미이고, 이러한 법률의 원칙은 영미법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치의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렇지 않아도 국회가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 다수당의 힘으로 폭주를 가해왔던 위법 행위를 눈감아 주고 격려해준 꼴이 되었다. 국회가 하는 일은 법과 절차를 무시하여 법이 만들어지고 국회를 통과하면 과정이 아무리 잘못되어도 괜찮다고 한다면 향후에도 이런 일은 계속하여 반복될 것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국가의 최고 심판기관이라 할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정치적 의식 성향을 앞세워 국가의 기본골격을 흔들고 법률의 기초를 파괴하는 행위를 해서야 되겠는가. 반문해 본다. 국가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개인주의적 이해득실로 이끌어갈 수 없는 우리 모든 국민의 것이고, 이 국가를 지켜온 선조들과 향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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