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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연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우리 동네엔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결혼을 안 하셔서 자녀도 없다. 형제·자매도 다 돌아가시고 지금 연락하는 친척이 거의 없으시다. 연락하는 조카 하나가 있는데, 1년에 한두 번 정도 연락하는 것 같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 젊었을 적엔 장구 치고 식당 하시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하고 무료 공연도 하셨던 것 같다. 한데 50대 후반에 뇌종양 수술 후 일하기 어려우셔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셨다.

할머니는 습관적으로 물건을 쌓아놓는다. 버려진 물건을 보고 쓸 만해 보이는 것들을 주워 방 안, 마당에 쌓아놓는다. 그리고 보면서 "언젠간 써야지…." 하신다. 이런 증상을 강박적 저장 증후군이라고 한다.

그렇게 쌓아놓은 것들에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쌓여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쓸모없는 쓰레기일 뿐인데, 할머니의 눈에는 쓸모 있는 물건으로 보이나 보다. 마당에 3단 서랍장이 있는데 족히 20년은 돼 보인다. 이것도 주워온 것이다. 그걸 본 지 6개월은 돼가는 것 같은데 아직도 마당에 그대로 있다. 할머니께 여쭤보면 나중에 쓸 거라 못 버린단다.

할머니가 최근 강아지 두 마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강아지에게 생선가게에서 남는, 혹은 정육점에서 남는 고기를 가져다가 준다. 강아지가 먹지 않으면 그것은 음식물 쓰레기가 돼서 파리가 꼬인다. 그래서 할머니 집에는 파리가 많다.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니 생길 수밖에.

할머니 집이 이런 상태이다 보니 요즘엔 마당에만 가도 냄새가 난다. 물론 할머니 몸에서도 냄새가 심하다. 다른 사람이 냄새가 난다고 하니 청소를 해달라고 행정복지센터에 와서 성화다. 그러나 20년 동안 용담동에 살면서 각종 단체에서 청소를 해주면 물건이 없어졌다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하고, 철제나 종이박스 등을 팔아서 주면 이거밖에 안 주냐고 몇 날 며칠을 행정복지센터에 와서 업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단다. 그러다 보니 할머니 집 청소를 부탁하면 다들 꺼려 하셨다.

지난 2월부터 시청 노인장애인과, 용담명암산성동 행정복지센터, 탑대성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 청주노인복지센터와 함께 사례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고령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우시고 집 관리하기가 어려우니 양로원을 권해 드렸으나 자유롭게 다닐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셨다. 최근 할머니가 청소를 요구하고 있었기에 임시 사례회의 팀은 청소를 위해 백방으로 자원봉사자를 구했다. 그리하여 청주사랑요양보호사회 재가봉사단체, 청주시자원봉사센터, 자활기업 월화수크린, 청주시주거복지센터, 용담명암산성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자원봉사대, 통장협의회, 상당파출소 용암지구대의 협조를 받아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할머니가 그날 대문을 걸어 잠그지 않기를, 쾌적한 환경을 위해 꼭 청소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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