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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더니 하늘이 맑다. 붉은 하늘이 깊어진다. 색의 명암이 천천히 산하를 뒤덮는다. 지구의 공전이 준 선물이다. 가을이 완연하다.

*** 필사즉생 필생즉사 각오해야

현대문명이 많은 걸 바꿔놓았다. 가을을 보는 시각도 바꿨다. 다르게 보고 듣게 만들었다. '그냥 시간이 가는 구나'로 느끼게 만들었다.

가을이 점점 결실과 무관한 계절로 바뀌고 있다. 그 옛날 가을은 안정적이었다. 풍요로움을 느끼게 했다. 덜 배고플 거라는 위안을 품고 있었다. 결실과 수확이 주는 든든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며 많이 달라졌다.

가을 역시 그냥 통사적 시간의 개념이 됐다. 하지만 시간은 맞아 받아들이기에 따라 많이 다르다. 사이의 시간이 주는 교훈도 있다. 계절이 전하는 말도 있다. 각기 다른 메시지를 품고 있다. 시간은 거스르지 않고 건너뛰지 않는다.

이즈음 하얀 구절초가 가을꽃으로 핀다. 진한 하얀색 꽃잎이 가을볕에 빛난다. 자연은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시간을 이어간다. 거짓 없이 정직하게 잇는다. 시간의 힘이 무섭다.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도 오고 간다.

정치 상황은 다른 것 같다. 하나도 변하지 않는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조국사태'가 온 나라를 휘감고 있다. 아직도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다. 무수한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 인사 청문회는 말의 성찬으로 끝났다.

야당의 무능함은 또 한 번 드러났다. 여당의 진영 논리 역시 숨길 수 없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고심 끝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정국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전쟁 같은 증오의 진영 대결이 펼쳐질 것 같다.

어느 누구도 도둑처럼 오는 실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실수가 있으면 합당하게 책임지면 된다. 그런 다음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 결과가 정의로울 수 있다.

정치에서 말(言)은 법이자 질서다. 말이 흔들리면 행동이 바르지 않다. 곧 법이 흔들린다. 말이 어지러우면 자세가 뒤틀린다. 곧 질서가 어지러워진다. 정치인의 말은 달콤한 느낌의 수사(修辭)가 아니다. 거짓 없이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다.

정치인의 말은 국민과 약속이다. 지키지 못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정치인은 끝내 박수를 받게 된다. 누가 봐도 잘못하는데 혼자만 잘 한다고 해봐야 소용없다.

정치적 행위에서 말은 실체로 작용한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정책의 흐름을 결정할 정도로 강렬한 향기를 내기도 한다. 물론 진정성을 가져야 가능하다.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이다.

꽃은 탄생과 죽음을 한 몸에 지녔다. 열매 맺으려는 꽃잎은 반드시 떨어져야 한다. 싹 틔우려는 씨앗은 파묻혀야 한다. 다시 태어나려면 일단 죽어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의 운명이다.

정치의 꽃도 다르지 않다.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숨을 곳도 없고 기댈 곳도 없어야 한다.

*** 엄정한 신상필벌이 정답이다

격랑의 한 달이 지났다. 정치의 색은 여전히 혼탁하다. 조 장관은 이제부터라도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 남에게 한 말과 내게 하는 말이 다르면 곤란하다.

격랑의 바다엔 여전히 파도가 남아 있다. 후폭풍도 예고돼 있다. 국민 분노의 원천을 헤아려야 한다. '조국사태'는 과거의 입 바른 소리가 만든 부메랑이다. 그냥 무작정 덮을 일이 아니다. 더 엄격하고 정확하게 신상필벌 해야 한다.

서산대사의 선시를 권한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발걸음을 어지럽게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디딘 발자국은 언젠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니라."

추석이 저 앞이다. 찬바람이 또 도둑처럼 불어온다. 분노와 증오의 바람이 아니길 빈다. 쇠퇴하고 허물어진 정신의 허울을 벗겨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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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체육회장 선거인단 100명 적정”

[충북일보 김태훈기자] 지난 1월 공포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은 해당 지역의 당연직 체육회장을 맡을 수 없게 됐다. 70년 넘게 이어져 온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이 금지됨에 따라 각 지방체육회는 민간인 체육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 체육회장 선출 방식을 놓고 지방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방체육회는 내홍에 휩싸일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체육인들의 독립성·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개선책이 자칫 체육회 내부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변곡점이 될 '민간인 체육회장 선거'. 지역 체육계 원로인 김선필 충북역도연맹상임고문(전 충북체육회 사무처장)을 만나 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생각은 "해방 후 70여 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이 체육단체장을 맡아 왔다. 즉, 관례법이 됐다. 관련법을 개정할 시기가 온 건 맞다. 지방체육회가 예산은 지자체로부터 받으면서 대한체육회 규정을 따르는 이원화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변화에 맞는 여건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은 지방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