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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4.29 17:10:11
  • 최종수정2019.04.29 17:10:11
[충북일보] 20년 전 세계적인 충북여성산악인 한 명이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하산도중 사라졌다. 한국등반사에 큰 획을 긋고 히말라야의 신이 됐다. 1999년 4월29일 벌어진 일이다.

*** 깨달음을 얻게 하는 존재

세계적 여성산악인 지현옥(당시 40세)은 홀연히 사라졌다. 이때부터 안나푸르나는 충북산악인들에게 슬픈 이름이 됐다. 아픈 인연을 가진 마음의 짐이었다.

조철희 충북히말라야14좌 원정대장(이하 조철희)이 지난 23일 안나푸르나 등정에 성공했다. 거기서 '지현옥'을 목 놓아 찾았다. 가쁜 숨으로 그리운 형을 불렀다. 50대가 돼서야 나선 고난의 히말라야 14좌 원정길의 첫 풍경이다.

조철희는 선배 지현옥과 인연을 잊지 않았다. 대학 1학년 때 산악부 사무실에서 만난 그녀를 잊을 수가 없다. 그녀가 들려줬던 매킨리 이야기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다부진 몸에 변함없이 동그란 안경을 잊지 않고 있다.

그때부터 지현옥은 조철희의 영원한 형이었다. 조철희는 당초 다울라기리(8167m)를 첫 목적지로 정했다. 하지만 곧 안나푸르나로 바꿨다. 히말라야 신이 된 지현옥 형에게 먼저 고하기 위해서였다. 그 덕인지 첫 등정은 탈 없이 끝났다.

조철희의 안나푸르나 등정 의미와 상징은 크다. 우선 그동안 각종 사고로 우울했던 충북산악인들에게 위로를 안겼다. 마음의 짐을 다소나마 덜어줬다. 조철희 개인에겐 14좌로 가는 길조로 여겨졌다. 3대 크럭스(난코스) 존 하나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지현옥은 조철희에게 깨달음을 얻게 하는 존재다. 깨어남의 자궁과도 같은 근본이다. 조철희에게 지현옥은 시대를 넘어 울리는 공명이다. 서로의 사이를 이어주는 틈에서 감정을 공유하게 한다. 그 둘은 여전히 교감하는 우주 속에 있다.

지현옥은 조철희에게 시대의 기억이다. 잊지 못할 그 이름이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시대를 지나 영원히 존재하는 충북의 산악인이다. 그래서 조철희의 도전은 심연의 고향 찾기다. 지현옥이 숭고한 귀의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톤에겐 위대한 철학자이자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있었다. 설리번 선생은 늘 헬렌 켈러 뒤에서 도움을 줬다. '동의보감'의 허준의 뒤에는 명의 유의태가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에겐 언제나 스승 역할을 하는 소중한 사람이 늘 있었다.

조철희의 도전은 벼르고 벼르던 일의 감행이다. 생계 때문에 미뤄놓은 본업의 진행이다. 영광을 누리려함이 절대 아니다. 이제 겨우 밝아오는 돋을볕을 보려함이다. '우레와 같은 침묵'으로 견디며 산 뒤의 결정이다. 충북산악의 변곡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조철희는 지금 값진 도전을 하고 있다. 50대가 돼서야 나설 수밖에 없던 이유에 동의한다. 초롱하고 선한 눈빛에 응원을 담아준다. 곧 오르게 될 가셔브롬1봉 도전에도 정성을 담아 용기를 전한다. 나비처럼 가볍길 소망한다.

조철희의 도전은 치기(稚氣)가 아니다. 50대가 선택한 용기(勇氣)다. 진짜 산악인은 이 산도 가보고 저 산도 가 봐야 한다. 새로운 길도 만들어 갈 줄 알아야 한다. 옛날 영광에 묻혀 새로운 도전을 시기해선 안 된다.

땀 흘리는 산악인이 대접받아야 한다.

*** 고산에 들 고수도 있어야

충북산악계는 변해야 한다. 2000년 밀레니엄원정대 이후 활동을 거의 멈췄다. 히말라야 등 고산원정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선택해야 한다. 파트너십의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히말라야 14좌를 오른 충북산악인은 아직 없다. 충북산악계는 처한 현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어쩌면 지금은 실패의 지혜가 더 필요하다. '텐징 노르가이'의 혜안을 가져야 한다. 자신을 다스리며 이길 수 있는 현명하고 강한 산악인이 있어야 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산은 시작된다. 절대 고수는 천 길 낭떠러지도 타고 오른다. 산이 거기 있으니 산에 들 고수도 있어야 한다. 조철희가 거기서 다시 시작하려 하고 있다. 이제 겨우 하나를 넘었다. 새 길을 또 가야 한다. 아직 갈 길이 험난하다. 응원해야 한다.

시기와 질투는 결국 나를 망친다. "고수는 감추고 하수는 뽐낸다." 견고하면서도 과감하게, 물 흐르듯 부드러운 균형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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