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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11.05 20:04:3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깊어가는 가을에 디자이너 이상봉과 데이트를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이상봉씨는 한국공예관의 규방공예 동아리 모임인 '땀&땀' 회원들의 작품을 만나면서 청주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땀&땀' 작품이 서울 인사동 매장에 전시 및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된 것이고 한땀 한땀 정성들여 바느질 한 오방색 조각보에 넋을 잃었다. 한글을 비롯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패션디자인으로 표현하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한 이씨에게 조각보는 새로운 창작아이템이었던 것이다.

 청주시에서는 이왕이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대사를 맡아주고 패션쇼와 문화상품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것을 제안하게 되었고 이씨는 이같은 제안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청주를 방문했다. 그는 이른 아침 청주의 관문 가로수 길을 지나 청주시청을 찾았다. 협약식 내내 가로수 길의 아름다움, 가로수길의 싱그러움에 들떠 있었다. 인공의 지평을 넘어 자연미 그윽한 숲속을 통과해야만 만날 수 있는 도시는 그것만으로도 천혜의 자원이자 문화의 보고라고 했다.

 그는 이어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에서 시민데이트 시간을 가졌다. 청주공예문화상품대전과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수상작이 전시돼 있는 곳에서 시민 100여명과 함께 작품을 관람하며 대화를 나눈 것이다. 패션과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에서부터 규방공예를 하는 작가와 생활공예를 즐기는 시민에 이르기까지 참석자 모두 전시장에서 문화계 스타와 아주 특별한 데이트를 하며 멋진 가을추억을 만들었다.
 그는 우리 고유의 삶과 문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를 거듭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전개하고 있는 문화전쟁에 한국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길은 순박하지만 품격 높고 기예로 가득 찬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의 하이터치로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전시장을 둘러본 뒤 "서구 문명에 몰입돼 있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것의 참다운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최적의 문화아지트"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전통공예의 창조적 가치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과 이를 하이터치 감성으로 표현한 문화상품을 한눈에 볼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옛 연초제조창 건물을 활용해 문화산업단지로 만들고 있는 청주시의 노력에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왕이면 남아있는 KT&G까지 문화예술 테마파크로 만들 것을 제안했으며, 이렇게 될 경우 청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역설했다.

 그리고 가을비 촉촉한 상당산성을 찾았다. 원형그대로 보존돼 있는 성곽을 비롯해 한옥마을, 호수, 잔디광장, 그리고 이것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때묻지 않은 자연을 보면서 청주의 문화적 가치를 왜소하게 평가하는 것에 실망하는 눈치였다. 성곽 안의 한옥마을을 전통테마파크로 가꾸고 호숫가와 잔디광장에서 다채로운 패션쇼, 음악회 등 공연이벤트를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도심에 이만한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청주는 축복받은 도시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우리 일행은 한국공예관을 거쳐 고인쇄박물관을 투어한 뒤 수름재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성찬을 아니었지만 지역의 맛과 멋을 음미할 수 있는 식당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허기진 배를 채운 것이다.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역사로부터 물려받았습니다. 직지를 비롯해 한글, 한지, 한옥, 한국음식, 한복, 한국음악 등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혁신적이며 생명력 있는 문화자원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주는 가로수길, 산성, 초정약수, 공예비엔날레를 연계하는 새로운 문화상품을 만들 경우 국내 그 어느 고장보다도 뛰어난 문화관광 자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직지에 지나치게 몰입되어 있는 것을 경계했다. 직지의 가치를 계승발전 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직지의 노예가 된다면 청주는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지를 뛰어넘는 창조적 정신을 주문했다.

 그렇다. 한 곳에 머물면 욕망이 자라고, 그 자리에 고여 있으면 썩게 마련이다. 우리 것의 소중함만을 노래하지 말고 그것들을 어떻게 차별화 하고 특화시키며 새로운 문화브랜드로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하여, 문화로 행복한 도시, 문화로 충만한 청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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