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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량머리에 드는 건들마로 풀쐐기처럼 목덜미를 쏘아대던 햇살이 한풀 꺾이고 있다.

9월이다. 아직 저녁 지을 시간은 좀 남았다. 아주 오랜만에 남산골 자드락길로 발걸음을 한다. 전에는 곧잘 산책을 하던 길인데 한가롭게 여유를 즐겨야 할 나이 오히려 시간에 쫓겨 종종걸음을 치느라 한 동한 멀리했던 곳에 들어 자신을 돌아본다.

‘그래도 뿌듯함을 가지고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혼자 자위하는 한편, 좀 더 느긋이 여유를 갖자는 두 마음이 힘겨루기를 하느라 걸음이 느려지고 있다.

반들반들한 산책로 가장자리를 따라 한 떼의 개미들이 까맣게 줄을 이어 분주히 대 이동을 하고 있다. 수십, 아니 수백만이 될지도 모를 이들 개미군단이 어디에서부터 어디로 이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얼핏 지나치면 잘 눈에 띄지도 않을 이 조그마한 것들이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며 움직이는 모습이 자못 장엄해 보이기까지 하다. 허리를 굽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명절 때면 이와 유사하게 귀성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민족의 대 이동 현상이 겹쳐진다.

얼마 후면 우리의 큰 명절 한가위다. 모처럼 부모. 형제자매가 어우러 질 수 있는 자리를 위해 우리도 한바탕 민족의 대이동을 겪게 될 것이다. 고속버스나 자가용으로 고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차량의 행렬로 진풍경을 연출할 것이다. 교통대란이라는 불편을 겪으면서도 즐겁게 감수하며 설, 추석명절이면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는 우리네 아름다운 풍습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이상한 풍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명절 연휴를 해외 아니면 적어도 국내 유명 관광지로 여행을 떠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리 주문한 맞춤 제수품을 여행지로 싸가지고 가서 낯선 현지에서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 초 설 연휴는 연차 휴가 등을 포함, 최대 9일간 쉴 수 있게 되어 명절 사상 최대 규모의 여행객이 해외로 떠났다고 한다.

한 여행업체에 의하면 2월1일부터 8일까지 해외여행객은 총 4만 1985명인데, 명절 단거리 여행객만 2만8032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때 보다 80% 이상 늘었다”고 밝힌바 있다.

우스갯소리로 조상님도 여간 똑똑하지 않고는 이제 제사고 차례고 얻어 잡숫기 어렵게 되었다고들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은 “살아 있을 때 부지런히 해외 감각을 키워 놓아야 죽어서도 자식들 여행지 잘 쫓아다니며 한 끼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는 말이 유행어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조상님 신위를 마음에 모시고 도시에 있는 자식을 찾아가 명절을 쇠는 일도 이미 익숙해져가고 있다.

이번 추석은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때문인지 경기불황 때문인지 해외여행으로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명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부모님, 가족 친지들을 위해 한아름 선물을 안고 고향집 활짝 열려진 삽작문을 의기양양 들어설 수 있는 정서는 영영 그리움이 되어 허물어지는 담벼락 주위에 맴돌다 말 것인가? 해외로 아니면 또 다른 여행지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나만의 가족이 아닌, 우리라는 이름으로 조부모님, 부모님, 자식세대가 한데 어울려 이웃과 함께 다시 한 번 질펀하게 정을 풀어 놓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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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