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애중

얼마 전 남편이 스킨스쿠버 체험 여행으로 필리핀을 다녀왔다. 그 뒤로 말투가 부쩍 이상해졌다. 툭하면 '아이고' 소리를 하는 것이다.

"아이고, 맛있겠네", "아이고, 시원하다", "아이고, 더워", "아이고, 아침이네"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아이고'를 찾는다. 왜 그러는가 물었더니 싱글싱글 웃으며 '아이고' 소리가 재미있어서란다.

필리핀에 머무르면서 쇼핑센터에 갔을 때다. 장사하는 현지 사람들이 어눌한 발음으로 "아이고, 사장님", "아이고, 하나 팔아주세요" 어쩌고 하면서 능청스럽게 접근을 하더란다. 그 말투에 일행들이 폭소를 터뜨리며 '아이고'를 따라 했다고 한다. 그때의 즐거움이 생각나 한국에 돌아와서도 종종 써먹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은 '아이고'라는 말을 참 흔하게도 쓰고 있다. 좋은 말과 나쁜 말에 두루 쓰인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해야 진짜 반가운 것처럼 들린다. 나무랄 때도 "으이그, 그게 뭐야" 하면서 '으이그'를 붙여야 더욱 한심한 것 같다. 남이 하는 말에 대답이 궁색할 때는 "아이고, 참" 하면서 얼버무리기도 한다.

'아이고'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매우 여러 가지로 쓰이는 말이다. 반갑거나 기분이 좋을 때는 물론 놀라거나 기가 막힌 일을 당했을 때도 쓰인다. 힘에 부치거나 피곤할 때, 크게 절망하거나 안타까워 탄식할 때 주로 쓰인다. 또 깊은 슬픔으로 울 때도 쓰인다. 요즘엔 듣기 어렵지만 상중(喪中)에 곡할 때 내는 소리이기도 하다. '아이고'는 희로애락의 모든 표현에 쓰이는 감탄사다.

요즘 일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한 TV 개그프로그램에서는 '아이고, 의미 없다'라는 말이 큰 유행이다. 한쪽에서 무언가 열심히 하거나 스스로 높은 평가를 해줄 때 상대방이 "아이고 의미 없다" 하면서 무시하는 장면이 빈번히 나온다. 상대방의 기대에 못 미치거나 전혀 바라지 않는 엉뚱한 결과가 나올 때 하는 말이다. 보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동시에 허탈감을 안겨준다.

이 장면을 보면 최근 정치권을 연상하게 된다. 국민을 위해 나름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서 협상하는 것처럼 애써 설명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수긍하기 어렵다. 국민을 위한다는 진실성이 엿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도 그렇고 충북도의회도 전혀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 요즘이다. 국회는 여야 간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채 장기파행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충북도의회 역시 개원 후 지금까지 여야가 자리다툼으로 일관하고 있다.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의회무용론이나 해산해야 된다는 말까지 나올까· 이 마당에 지방의회 의정비를 깎아도 시원찮을 텐데 인상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니 '아이고, 의미 없다'라는 탄식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각종 뉴스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접해보면 정말 심란하기 짝이 없다. 말도 안 되는 사건, 사고 소식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다. 정치인들의 의미 없어 보이는 정쟁과 세력과시는 국민을 한숨짓게 한다. 이 꽉 막힌 현실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여기저기에서 제시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왜 모르는 체 하는 걸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아이고, 의미없다'는 이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답답한 심정이 나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국민들은 억울하다. '짜증은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는 받치어 무엇하나, 속상한 일도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니나노~' 경기민요 태평가의 첫 소절이다. 노래라도 부르며 답답한 마음을 풀어야 할 판이다.

이제 벗어나고 싶다. 우울한 소식, 황당한 사건, 씁쓸한 논쟁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모든 게 잘 풀려서 함박웃음 짓고 싶다. "아이고, 잘 했네", "아이고, 이렇게 좋을 수가", "아이고, 잘 됐네" 하면서 좋은 '아이고'를 연발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