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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선

한전충북본부 홍보실장

얼마 전 회사 사무실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다소 긴장한 말투의 한 여성분이 내 이름과 하고 있는 업무를 물었다. 대답을 하니, 전화번호를 불러주며 지금은 점심시간 같으니 식사를 마치면 전화를 하라고 했다. 참 엉뚱한 전화였지만 익숙한 어떤 것이 느껴졌다.

전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의 오랜 친구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10년 넘게 연락이 안됐었는데 이 친구가 나를 찾아낸 것이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무심코 내 이름을 검색했고, 한국전력 홍보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신문기사를 발견했다고 했다. 사진까지 확인한 이 친구는 그동안 못 보고 지냈던 세월이 너무 야속해 점심시간에 다급하게 한전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고 홍보담당자를 연결해달라고 한 것이었다.

전화 한통을 계기로 내 소식을 궁금해 하던 다른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왔다.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은 그 때 그 목소리에, 비슷한 말투여서 목소리만 듣고 나는 금방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전화 통화로 나는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생각을 전하는 도구 이상의 것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오늘은 말의 중요성과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 서울지하철에서는 '스크린도어(Screen door)가 열립니다'라는 말 대신 '안전문이 열린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또한 시민의 공모를 통해 '노인(老人)'을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어르신'이란 말로 바꾸고, '잡상인'이란 단어를 '이동상인'으로 부르기로 했다는 뉴스도 접했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행정용어를 순화하여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전력에서도 그 동안 이해하기 어렵거나 시대흐름을 반영하지 못했던 435여개의 전력용어를 알기 쉬운 말로 바꾸어 사용하기로 했다. 먼저, 일본식 한자나 어려운 축약어는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고쳤다. 영어로 된 용어들은 한글화하거나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바꾸었고 여러 개의 용어를 혼재해서 쓰이는 단어는 하나의 용어로 통일하였다.

전력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용어는 점점 더 많이 만들어졌지만, 어려운 외래용어를 그대로 쓰거나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력산업이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직원들이 고객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서로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변경한 것이다.

그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식 한자인 '경간(徑間)', '회선긍장(回線亘長)'은 '지지물간 거리', '회선길이'로, '블랙아웃(Blackout)'은 '대정전'으로 바꾸어부르기로 했다. '인입선(引入線)'은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인 '고객공급선'으로 표기했다.

또한 'PLC', 'ESS', '랙크(Rack)'와 같이 영어로 된 용어들은 각각 '전력선 통신', '에너지 저장장치', '랙'으로 변경하였다. 또한 고객들이 언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게시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식정보사회 속에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용해오던 행정언어나 어려운 전문용어를 고객의 입장으로 바꾸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해하기 쉽고 바른 언어를 사용해 고객의 눈높이로 다가가고자 하는 이러한 소통의 노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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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