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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8.19 18:13:04
  • 최종수정2013.08.19 18:13:04
고통스럽다. 지겹다. 늙은 아내 치매간병을 하는 늙은 남편에게 하루는 정말 길다. 몸과 마음은 자꾸만 황폐해진다. 건강만은 자신 있었는데 예전만 못하다. 지쳤다. 정신·육체적으로 모두 바닥이 드러난 느낌이다. 노령 부부간 간병은 정말 힘들다. 부작용도 크다. 노인 100세 시대에 새로 찾아온 우울한 그늘이다.

***지금은 노노 간병 시대

고령화를 넘어 고령사회다. 이른바 노인 100세 시대다. 충북도 사상 첫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인구 100명 중 노인이 14명이다. 더불어 노인 질병 발생률도 높아지고 있다. 그 중 치매는 심각하다.

지난해 말 현재 치매 유병률은 전체 노인의 9.18%인 54만1천명(남성 15만6천명, 여성 38만5천명)으로 추정된다. 최근 4년 사이 10만 명이나 늘었다. 2020년이면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가 지원하는 요양시설과 간병인 도움을 받는 환자는 14만9천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가정에서 각자 알아서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다. 신고도 하지 않고 돌보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불어날 수 있다.

치매는 본인보다 간병인을 더 괴롭히는 질병이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 그래서 가족에게 미치는 폐해가 심각하다. 곧잘 노인 부부의 삶을 비극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치매간병은 대개 배우자나 자식들이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배우자 간병이 늘고 있다.

문제는 배우자 간병이 대개 노노간병이란 점이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셈이다. 그런데 노노 간병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지친 간병인 배우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간병살인'과 '간병자살'도 대부분 노노 간병의 결과다. 대부분 남자 노인에 의해 이뤄졌다.

남자 노인들은 '죽을 때까지 아내를 지켜주겠다'는 책임감이 아주 크다. 그래서 곧잘 자신이 노인이란 사실을 잊곤 한다. 치매 간병은 마음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간병을 하려면 우선 본인부터 건강해야 한다. 책임감만으로 되는 일은 분명히 아니다.

치매 간병을 하는 노인들은 최우선적으로 자신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게 간병도 할 수 있다. 건강해야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일단 간병인 배우자가 우울증을 앓게 되면 환자나 자신에게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게 노노 간병의 치명적 약점이다.

홀로 간병하는 노인일수록 자녀에 대한 분노나 서운함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식도 못하는데 누가 도와줄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마음과 말만 앞서는 가족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시설이 백배 낫다. 요양시설이 싫다면 집에서 방문요양이나 방문간호, 방문목욕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게 환자 간병과 자신 간병을 함께 할 수 있는 길이다.

치매 간병은 정말 힘들다. '노노 간병'은 더 힘들다. 오죽하면 살인까지 할까. 그 정도로 고통스럽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살인이나 자살은 답이 아니다. 간병을 하고 있는 자신도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노인문제는 더 이상 가족문제가 아니다. 사회 및 국가 차원의 문제다. 그런 만큼 정부의 정책적 대처가 시급하다. 정부는 우선 치매관련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국가나 사회에 의한 사회적 노인 복지기구 확충 및 공공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치매는 그 어떤 병보다 가족을 괴롭히는 질환이다. 정부는 치매 환자에 대해 장기요양보험 적용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환자 가족에 대해서도 심리 상담을 하는 등 세심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치매는 우리 모두의 일

지금 우리는 치매에 걸린 노인을 노인이 돌보는 이른바 '노노(老老) 간병' 시대에 살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배우자 간병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는 70대 노인이 90대 노부모를 간병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노 간병 시대'가 온다.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치매환자 부양을 전적으로 가족들이 떠안는 구조다. 그런데 가족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감을 해소할 수 있는 출구가 마련돼 있지 않다. 우선 이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

지금대로라면 치매로 인한 부작용은 곳곳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치매환자의 증가 속도만큼 비례할 수밖에 없다. 인생의 황혼기에 여유를 누려야 할 노부부들이 더 이상 벼랑으로 가선 안 된다. 치매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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